여름철 제주 먹거리의 상징인 한치가 식탁에서 사라지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고수온 현상으로 어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면서 어획량은 급감했기 때문이다.
한치 어장이 형성되는 최적 수온은 20~24도이지만, 해수 온도가 이보다 훨씬 높은 30도에 이르면서 어장 형성 자체가 어려워진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의 변화는 뚜렷하다.
하루 20kg 넘게 잡히던 한치는 올해 들어 5kg도 채 되지 않는 날이 대부분이다.
선원 서너 명이 나가도 인건비는 물론 기름값조차 건지지 못하는 날이 이어지면서 아예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제주 밤바다에는 한치잡이 배가 간간이 떠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한치 어획량 감소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2021년 6월 215t에 달했던 한치 어획량은 2022년 103t, 2023년 93t, 지난해에는 55t으로 해마다 줄었다. 올해는 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획량 급감에 따라 가격은 치솟았다. 성산포수협에 따르면 최근 한치 활어 경매가는 kg당 8만~9만원으로, 지난해(3만~4만원)보다 두 배 이상 올랐다.
문제는 한치만이 아니다. 여름철 회 한 상을 책임지던 광어와 우럭도 치솟는 수온 탓에 치어 폐사가 늘어나면서 공급이 줄었고, 가격도 함께 상승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우럭 도매가격은 ㎏당 1만7813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가까이 올랐다. 광어 도매가격도 ㎏당 1만9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이상 상승했다.
이제 ‘예외적인 기후 현상’이 아니라 일상화된 해양 환경으로 자리잡은 고수온 현상의 피해는 비단 수산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산자원과 식량안보, 물가, 식문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이 때문에 고온에 강한 어종 개발과 양식장 환경 관리, 지속 가능한 어업 시스템 마련 등 국가 차원의 보다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