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에 제동을 건 1심 법원을 맹비난하며 대법원이 이를 바로잡아달라고 촉구했다. 1심 결정이 ‘트럼프에 대한 증오심’ 때문이 아니냐며 판사 개개인을 겨눴고, ‘대통령직이 걸렸다’며 사법 불신을 부추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트루스소셜에서 “1심 판결은 너무 잘못됐고 너무 정치적”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국제통상법원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전 세계 무역 상대국에 부과한 상호관세 등을 무효화하고 시행을 금지한 판결을 했고, 이날 연방 항소법원은 항소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판결의 효력을 일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심 법원 재판부를 겨냥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법원은 (미국이) 절실했던 관세에 믿을 수 없는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며 “판결을 내린 세 명의 판사들은 어디서 온 사람들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이런 식으로 미국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나”라며 “혹시 ‘트럼프’에 대한 증오심 때문인가. 그 외에 어떤 이유가 있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보수 세력의 사법부 진출을 도모하는 법률가 단체인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의 레너드 레오도 트럼프 대통령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사 추천은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를 활용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그 말을 믿었지만, 나중에 보니 그 단체는 레너드 레오라는 진짜 ‘사기꾼’의 손아귀에 있었다”며 “그는 나쁜 사람이고, 아마도 미국을 싫어하는 사람이며, 별도의 야망이 명백한 자”라고 했다.
레너드 레오는 트럼프 지지자로 분류돼온 보수 인사지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며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가 돈을 대는 새로운 시민자유연합(NCLA)이 IEEPA를 근거로 한 관세 부과는 불법이라 주장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심 법원 판결이 나라를 망친다고 주장했다. 그는 1심 법원이 관세 부과 시 행정부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판결한 것을 두고 “수백 명의 정치인이 워싱턴에 앉아 몇 주, 심지어 몇 달 관세를 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통령 권한은 완전히 파괴되며, 더는 이전 같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법원을 향해 정부에 우호적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하면서 삼권분립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는 “대법원이 이 끔찍하고 국가를 위협하는 결정을 신속하고 단호하게 뒤집기를 희망한다”며 “배후의 사기꾼들이 우리나라를 파괴하도록 허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