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7일 소셜미디어에 “8월부터 한국에 25%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협상은 10월 말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됐으며, 한국은 조선업 분야 15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기로 했다. 대신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등 주요 품목의 관세를 15%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외환시장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 핵심은 투자금을 성과가 확인될 때마다 나눠 지급하는 ‘기성고(milestone payment)’ 방식이다. 이는 단기간의 대규모 달러 유출을 막고, 외환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시점과 규모를 조정하기 위한 장치다.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투자’만 집행한다는 조건도 내걸렸다.
하지만 중장기적인 외화 유출 우려 속에 지난 6개월간 원화는 달러당 10% 가까이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로화와 영국 파운드화는 하락 폭이 3% 미만에 그쳤고 무역분쟁의 중심국인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오히려 소폭 오른 것을 보면, 최근 우리 원화의 움직임이 너무 약하다. 다만 대만 달러나 일본 엔화도 원화와 함께 8% 넘게 밀린 것을 보면, 대미 투자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혀야만 이 지역 환율이 안정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다행히 달러가 당분간 약세로 기울 수 있는 환경이라 원화가치의 가파른 하락은 없을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리는 동안 미국과 주요국 간 금리 차이가 좀 더 좁혀지는 데다 세계경기가 당장 침체 국면이 아니라 안전 통화인 달러에 그다지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란 예측에 근거한다.
다만 대미 투자 집행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한, 원화의 뚜렷한 안정은 기대하기 어렵다. 조선업을 제외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전략 투자가 연간 최대 200억 달러 한도 내에서 현금 투자 방식으로 순차 집행될 예정인데, 국내 외환시장으로서는 전례 없는 달러 유출이 예고된 셈이다.
결국 어느 기업이 어떤 조건으로 투자하고, 그 투자가 얼마나 상업적으로 합리적인지 윤곽이 드러나야 환율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협상을 먼저 마친 일본과 여전히 반도체 투자 협상 중인 대만의 환율 역시 같은 변수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
얄궂게도 이 세 나라가 중국을 제치고 트럼프 2.0 통상협상의 핵심국이 되었고 이미 한국과 일본은 그 피해국이 됐다는 점은 다소 씁쓸하다. 물론 협상팀의 노력으로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점과, 고공 행진을 보이는 환율 덕에 우리 수출기업들의 원화 환산 이익이 예상보다 좋게 나올 것이란 점은 그래도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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