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찬호(30)의 이름 앞에 이제 ‘두산’이 붙는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의 문을 열며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박찬호는 서서히 광주와 이별하고 서울에 새 둥지를 틀 준비에 나선다.
박찬호는 20일 인터뷰에서 “FA 계약을 맺고 지난 이틀이 정신없이 지나갔다. 이제 조금 숨을 돌리고 있다”며 “팀을 옮긴다는 게 아직 실감나지는 않는다. 실제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해봐야 실감이 날 것 같다”고 했다.
박찬호는 FA 계약이 발표된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주와 KIA 팬들에게 1200자가 넘는 긴 글에 진심을 담아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박찬호는 “그 글을 쓰는 데 며칠이 걸렸다. 구단과 일부 계약 절차만 남겨두고 약간 시간이 있었는데 그때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쓰면서 울컥하더라”고 했다. 나성범·이의리·김도영 등 KIA 선수들도 SNS를 통해 박찬호에게 공개적인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박찬호는 “도영이가 선수들이 마무리 훈련에서 돌아오면 송별회를 열어주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야구 인생 곡선을 “완만한 상승세”라고 표현한다. 단기간 갑자기 성적이 뛴 것이 아니라 수면 아래에서는 계속 담금질을 했을지언정 그 성과는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2014 신인 드래프트 2차 5라운드로 KIA에 입단해 2016시즌까지 1할대 타율에 머물렀고, 2020시즌부터 유격수를 맡았지만 2할대 중반 타율은 넘지 못했다. 2022시즌 타율 0.272로 마침내 기지개를 켜더니 2023년부터 2년간 3할대 타율로 만개했다. 2024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뒤 “잘근잘근 씹으면서 밑바닥부터 올라왔다”던 소감은 자신의 야구 인생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었다.
박찬호는 “돌이켜보면 두산과도 인연이 있었지만 선수 생활을 KIA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지금 이런 날이 온 것 같다. 한곳에 오래 머물다가 떠나는 게 처음인데 마음을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축하받으면서 떠날 수 있어 다행스럽다”고 했다.
12년을 지낸, 고향과 같은 곳을 뒤로하고 이제 새 열차에 오른다. 유격수 FA 사상 최고액에 도장을 찍은 만큼 내년 시즌은 그 정도로 커진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고 경기장을 누빌 예정이다. 박찬호는 “부담을 많이 느끼면서 뛰는 시즌이 될 것 같다. 그래도 기분 좋은 부담감이어서 경기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했다.
현재 두산 내야진을 구성하는 젊은 선수들은 성장 가능성은 크지만 당장 확실한 주전 자리를 꿰차기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구단은 일찍이 박찬호를 지켜보면서 영입에 공을 들였다. 박찬호는 “허슬 플레이는 선수 생활의 모토였다. 플레이 스타일이 두산의 팀 컬러와 잘 맞을 것이다. 무엇보다 투수들이 든든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내야 젊은 선수들과 투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했다.
허슬플레이를 펼치는 박찬호의 등에는 숫자 7이 달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까지 KIA에서 1번을 달고 뛴 박찬호는 현재 두산의 1번 주인인 투수 박치국이 내년 FA를 앞둔 데다 최근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1번은 포기했다. 대신 7번인 투수 이교훈의 의사를 타진했고 이교훈은 마침 번호를 바꾸고 싶었다며 흔쾌히 응했다고 한다. 박찬호는 “내 체형이 길쭉해서 숫자도 뾰족한 모양을 좋아한다. 그래서 1번이나 7번을 달고 싶었다”며 “보답으로 교훈이가 원하는 좋은 가방을 사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호는 두산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이고 싶냐는 질문에 “우승”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승이 목표다. 구단도 이기기 위해서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좋은 성적으로 ‘허슬두’의 자존심을 되찾겠다”고 했다. 박찬호는 오는 23일 두산의 팬 페스티벌 ‘곰들의 모임’에 참석해 잠실의 팬들,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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