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 6년 만에 무력 충돌한 뒤 사흘 만에 휴전에 합의한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자의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11일(현지 시간) 뉴욕 타임스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지지자들은 이번 휴전을 인도군의 강력한 군사력으로 거둔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들은 파키스탄이 휴전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고 보도했다.
길거리에는 "인도군에 경의를 표한다. 우리의 자부심이자 수호자"라는 광고판이 등장했고, 일부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모디 정부가 테러리즘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취했음을 보여주었다고 해석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반면 파키스탄의 다수 국민도 이번 대결의 종식을 자국과 군대의 승리로 여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TV 채널 지오 뉴스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과거 군사적 갈등으로 상처받은 도시인 동부 펀자브주 시알코트 시민들이 군용 탱크에 꽃잎을 뿌리고 군인들의 목에 화환을 걸어주는 영상을 방송했다"고 전했다.
파키스탄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인 나딤 파룩 파라차는 "국민들의 분위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볼 수 없던 자신감을 반영한다"며 "파키스탄은 인도의 대대적 공세를 성공적으로 견뎌냈고, 군사·외교적으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인도는 이 도박에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펀자브주 라호르의 정치 분석가인 사비르 샤 또한 "파키스탄 공군이 작전상 우위를 입증했다"며 "군사 장비 측면에서 인도의 손실이 확실히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앞서 이번 무력 충돌 과정에서 인도 전투기 5대를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인도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목격자와 일부 정부 관계자의 증언에 따를 때 최소 2대의 전투기를 잃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는 짚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미국 등의 중재로 전격 휴전에 합의했으나 이번 휴전 합의가 장기적 평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상당하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 휴전 합의를 발표하고 몇 시간 뒤 사실상 국경선인 실질통제선(LoC) 인근에서 밤새 폭발음이 들렸고, 양국은 상대방이 휴전 합의를 위반했다며 비난했다.
국제 전문가이자 전 미국 및 유엔 주재 파키스탄 대사인 말리하 로디는 "양국 모두 휴전에 합의했고 이를 위반했을 때 아무런 이점이 없기 때문에 휴전은 유지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긴장 완화에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NP)에 따르면, 킹스 칼리지 런던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하르쉬 판트는 "앞으로 어떤 테러 행위가 또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영유권을 놓고 70년 넘게 갈등을 빚고 있는 카슈미르에서 언제든지 테러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양국이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태를 통해 인도의 계산법이 과거보다 더 위험한 접근 방식으로 바뀐 것을 볼 수 있다"며 인도가 파키스탄의 강경 대응을 주도하는 '군부 실세'인 아심 무니르 육군 참모총장을 계속 경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할감 테러 이후 인도와 파키스탄이 상대국에 취한 비자 취소·영공 폐쇄·무역 중단 등 제재를 곧바로 해제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인더스강 조약' 효력 재발효 여부가 주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인도는 지난달 인더스강 조약 효력을 중단한 데 이어 파키스탄으로 흘러들어가는 인더스강 지류 일부를 차단했다. 파키스탄은 이를 전쟁 행위라며 강력 반발했다.
파키스탄 전 국가안보보좌관인 모에드 유수프는 "카슈미르 문제를 둘러싼 위험한 정책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문제가 아직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이 거듭 발생함에 따라 핵 보유국이 다시 전쟁 직전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hongwoori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