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상을 떠난 퀸시 존스(사진)는 팝 음악계의 거장으로 추앙받아온 인물이다. 그의 삶에 인상적인 몇 장면이 있다. 그는 자서전에서 불우한 흑인소년의 인생을 바꾼 건 디저트를 훔치러 들어간 레크리에이션센터에서 만난 피아노였다고 회고한다. 피아노에 손을 얹는 순간 평생 건반과 함께하게 될 거라는 예감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인 것은 센터의 관리인이 몰래 피아노를 치러오는 퀸시 존스를 위해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점이다.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이 만든 앨범 <스릴러>(1982년)는 전 세계적으로 7000만장 이상 팔려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튜디오에서 단 5일간 진행했지만 음악적 자존심으로는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사람의 기싸움이 대단했다. 그러나 퀸시 존스가 문워크 춤으로 잘 알려진 ‘빌리 진’ 수록을 고집하는 마이클 잭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마이클 잭슨은 ‘스타라잇’을 퀸시 존스의 제안을 받아들여 ‘스릴러’로 완성했다. 서로의 양보가 ‘팝의 황제’를 만든 셈이다.
퀸시 존스는 또 1985년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밥 딜런, 신디 로퍼 등 40명의 스타들을 모아서 전설적인 자선곡 ‘위 아 더 월드(We are the world)’를 단 하룻밤 만에 완성했다. 관련 다큐를 보면 퀸시 존스는 마치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대스타들을 이끌었다.
2011년 한국을 방문한 퀸시 존스는 “한국의 K팝이 미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예견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봤지만 앨범 제작과정의 전문성이 뛰어나고, 무엇보다 음악에서 혼이 느껴진다”고 평했다. 그는 인생에서 실패를 경험했다면 어떤 것이냐는 질문에 “결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