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해군사관학교 교장 후보자로 해병대 장성이 지명돼 큰 화제가 되었다. 1845년 개교한 미 해사 180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현재 해병대사령부 인사참모부장으로 재직 중인 마이클 보그슐테 중장이 주인공이다. 그간 해사 교장은 해군 제독이 맡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다. 물론 해병대만의 사관학교가 따로 없다 보니 해병대 장교 상당수를 해사가 배출해왔고, 보그슐테 장군 본인도 1991년도 해사 졸업생이다. 그렇더라도 해사 교장 자리만큼은 ‘해군 몫’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번에 깨진 것이다. 미 국방부는 “해군·해병대의 ‘원 팀’ 정신을 입증하는 이정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군은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이 동등하게 대장(★★★★) 계급이다. 둘 다 합동참모의장이 주재하는 합참 회의에 참석해 발언할 권한을 지녔다. 이 때문에 흔히들 ‘미국은 해군과 해병대가 완전히 분리된 독립 군종(軍種)’이라고 여기기 쉽다. 하지만 미 국방부 아래의 육·해·공 3군부 가운데 해군부(Department of the Navy)가 해군과 해병대를 나란히 관장하는 것을 보면 100% 그렇다고 보긴 어렵다. 앞서 얘기했듯 해병대 장교 중 다수는 해사 졸업생이다. 이번에 미 해사 교장에 해병대 장군이 내정된 것도 해군과 해병대 간의 특수한 관계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한국은 국군조직법 2조 1항에서 “국군은 육군, 해군 및 공군으로 조직하며, 해군에 해병대를 둔다”고 규정해 해병대가 해군의 일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해병대사령관은 중장으로 해군참모총장(대장)보다 계급이 낮다. 해병대사령관은 3군 참모총장들과 달리 합참 회의의 상임 구성원이 아니다. 국군조직법 13조 2항에 따르면 해병대사령관은 합참 회의가 해병대에 관한 사항을 심의할 때 비로소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해병대를 독립적인 ‘준(準) 4군 체제’로 개편하고 해병대사령관의 위상을 격상하겠다”라는 공약을 제시한 만큼 향후 해병대의 독립성이 대폭 강화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은 2017년부터 ‘국군 휴가 인증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휴가 중인 장병들이 기념관을 방문해 2시간 이상 관람하면 일정한 보상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그동안 육·해·공군만이 대상이었는데 1일부터 해병대 장병들도 혜택을 누리게 됐다.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회장 백승주) 측은 “장병들이 호국·안보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팔각모’와 ‘빨간 명찰’로 상징되는 해병대 제복 차림의 젊은이들을 앞으로 기념관에서 더욱 자주 만나게 될 수 있길 고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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