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이동통신 시장 번호이동 규모가 100만건에 육박했다.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최대치다. SK텔레콤 유심(USIM) 해킹 사고를 기점으로 대규모 가입자 이탈이 발생했고, 경쟁 통신사와 알뜰폰으로의 경쟁적 유치가 시장을 흔들었다. 업계는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며 이동통신시장이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이동전화 번호이동 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이통 3사와 알뜰폰(MVNO)간 전체 번호이동 건수는 약 93만3509명으로 SK텔레콤 해킹 사고 전인 3월(52만5937명)과 비교해 약 77% 증가했다. 4월(69만954건)대비 35.1%, 전년동기(55만5373건)대비 68.1% 늘었다.
이처럼 번호이동 건수가 90만건을 넘은 것은 2014년 10월 단통법 시행 이후 처음이다. 올해 1월 번호이동 건수는 약 49만명, 2월과 3월에는 50만명대를 유지하다 해킹 사고가 발생한 4월부터 이동 건수가 급격히 늘며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역대 최대 번호이동 규모는 2009년 6월의 147만5747건이다.
이번 번호이동 규모는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로 생겨난 가입자 쟁탈전이 통신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이탈 수요를 잡기 위해 대규모 리베이트(장려금)와 공시지원금을 상향 조정하며 공격적으로 가입자 유치에 나선 바 있다.
실제 SK텔레콤 가입자는 KT, LG유플러스, 알뜰폰으로 대거 이동했다. SK텔레콤 5월 유입 건수는 3만4960건으로 전월 대비 71.5% 감소한 반면, KT는 25만2745건(전월 대비 89.3% 증가), LG유플러스는 21만6160건(전월 대비 71.4% 증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알뜰폰 유입도 42만건을 넘어섰다. 반면 KT나 LG유플러스, 알뜰폰에서 SK텔레콤으로 이동한 고객은 각각 1만명대에 불과했다.
업계는 올 하반기 번호 이동 시장도 이같은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 갤럭시Z7 시리즈와 애플 아이폰17시리즈 등 주요 스마트폰 출시가 이뤄지는 데다 SK텔레콤의 영업 재개가 이뤄진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영업 정지가 이르면 이달 중순에 해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이 잃은 가입자 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점쳐진다. SK텔레콤은 지난달 22일 해킹 사태 공식 발표 이후 약 47만8000여명의 가입자를 경쟁사에 뺏겼다. 통신 3사가 다시 한번 보조금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달 22일 단통법 폐지로 보조금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도 열려 있어 가입자 유치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