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으로 중견 대행사 M&A 나서 종속회사 편입
서비스 다각화 및 고객사 외연 확대 양수겸장 노린 듯
일각선 이해상충 가능성 지적..."필터링 엄수" 반론도
[인사이트녹경 = 조영갑기자] 국내 1위 회계법인(매출액 기준) 삼일PwC(삼일회계법인)가 올 초 국내 IR, PR 중견 대행사인 IPR스퀘어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계열회사 편입을 완료했다. 활발한 M&A(인수합병) 딜을 주관한 굴지의 회계법인이지만, 타법인 출자에는 인색한 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일PwC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한 IPR스퀘어(대표 이남구)의 인수작업을 완료하고, 계열사로 편입했다. 삼일PwC는 브랜드의 연계성을 위해 IPR스퀘어의 법인명을 'PwC비즈니스서비스(PwC Business Services)'로 바꿨다. 기존 이남구 대표와 삼일 측 정지원 파트너(삼일PwC 상장기업지원센터장)를 각자 대표로 새 진용을 꾸렸다.
PwC비즈니스서비스는 앞으로 삼일PwC의 자회사로, 상장사의 IR, PR 수요를 충족시키고 상장기업의 지원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상장 전 유망기업을 선제적으로 발굴해 자본시장에 안착시키는 플랫폼 역할에도 역량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PwC비즈니스서비스 관계자는 통화에서 "회계법인의 서비스 다각화 차원에서 인수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삼일PwC는 삼일아카데미, 삼일인포마인, 삼일행복나눔, 삼일피더블유씨엑셀러레이션센터 등의 종속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구체적인 인수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약 30억원 언저리로 추산하고 있다. PR게이트를 인수하면서 약 30억원을 지출한 걸로 알려진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사례를 감안하면 이 금액보다 더 큰 인수자금이 책정됐을 수 있다는 전언이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기존 IPR스퀘어는 IR큐더스나 서울IR에 비해 세컨티어 격 사업자의 이미지가 강했고, 이른바 박리다매 스타일로 회원사를 유치하는 마케팅에 강했다"면서 "기존 경영진이 이런 마케팅을 통해 현금을 내부에 상당량 쌓아놓은 것도 삼일PwC 인수실사팀에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wC비즈니스서비스는 밸류와 현금보유량 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삼일PwC의 행보를 두고, 설왕설래를 거듭하고 있다. 삼일PwC와 IPR스퀘어 측은 서비스 다각화 혹은 매출 다각화를 위한 밸류체인 확대로 말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전체가 다운사이클로 가고 있는 데다 한정된 풀 안에서 외감과 FA, 세무 포션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히 영업을 염두에 두고 인수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회계법인의 캐시카우인 회계감사 파트와 경영자문(FA) 부문의 수주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해 상충'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가령, IPR스퀘어가 보유하고 있는 기존 상장법인 회원사 네트워크 중 삼일PwC가 감사인으로 관여돼 있는 회사에 대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삼일PwC의 지난해 6월 기준 회계법인사업보고서 사업내용에 따르면 외감 수주를 따 적정의견을 낸 인터파크커머스의 경우 기존 IPR스퀘어의 자문 회원사(인터파크)와 유관하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6월 기준 외감 기관만 600여 곳이 넘기 때문에 이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PwC비즈니스서비스 측은 외감파트가 아니라 딜 파트(Deals Services)로 배속돼 철저하게 딜 관련 업무만 '백업'하겠다는 입장이다. PwC비즈니스서비스 관계자는 "(피외감 상장사와 고객사로 얽혀 있는 경우)외감법 위반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삼일 내 딜 파트에 소속되는 걸로 내부 교통정리가 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삼일PwC는 ▲M&A 자문 (M&A센터) ▲인수 및 매도 실사 자문 ▲가치평가 및 가치증대 전략 수립 자문 ▲기업 구조조정 자문 등의 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경영자문 부문의 총 매출액은 4032억원으로, 총 매출(1조231억원) 대비 39.41%를 기록했다. PwC비즈니스서비스를 딜 소싱의 탐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PwC비즈니스서비스의 사정을 잘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M&A 자문 과정이나 딜 수주 과정에서 IPR스퀘어가 보유한 폭넓은 회원사 및 미디어 네트워크를 활용해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삼일의 경우는 이미 대기업 클라이언트를 다수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업사이드를 창출하기 힘든 구조인데, IPO를 준비하는 비상장 기업 네트워크를 보유한 대행사를 인수하면 FA 자문 등 클라이언트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계산이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딜을 하는 과정에서 외감법을 포함한 컴플라이언스 문제는 당연히 사전 필터링이 돼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https://cdn.greened.kr/news/photo/202502/323147_366984_1112.png)
조영갑 인사이트녹경 기자 insight@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