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편집국장

예로부터 자식을 많이 낳으면 복이 있다고 했다. 오복(五福)의 하나로 자손중다(子孫衆多)가 꼽힐 정도다. 중국 청나라 학자 적호(翟灝)가 지은 ‘통속편’(通俗篇)에 전해진다.
자손중다는 고대 중국의 유교 경전인 서경(書經)에서 밝힌 오덕 중 천수를 다 누린다는 고종명(考終命)을 대체한 것이다. 그만큼 자신의 천수보다 자식을 더 중시했다.
아이의 웃음 소리를 듣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족의 행복을 느꼈다. 물론 농경사회에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 수단이기도 했다.
▲‘일단 낳고 보라’, ‘자기 먹을 숟가락은 자기가 들고 태어난다’는 말은 과거가 됐다.
아이를 키우는데 사회·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챗GPT에게 아이 양육 비용을 물었다. 한국에서 출산부터 대학 졸업까지 사교육·주거·생활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고, 보통 3억~5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답이 나왔다.
기본 생활비로 분유, 기저귀, 옷, 생활용품 등에 연간 300만~500만원이 필요하다. 방이 더 필요한 경우 이사나 전세·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어린이집 보육비는 정부 지원이 있어도 월 20만~50만원이 소요된다.
초·중·고등학교 교육비는 무상교육 확대에도 연간 100만~300만원, 사교육비는 월평균 41만원(2023 기준)이다.
예방 접종, 병원비 등 의료·건강 관리에도 연간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이 들고, 문화·여가 활동과 여행 등에도 돈이 든다.
▲최근 제주지역 출생아 수가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3200명이다. 2019년과 비교하면 27.5%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가 259명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71명)보다 줄어든 것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도 올해 2분기 0.83명으로 하락했다.
▲아이의 탄생이 축복보다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는 현실이 씁쓸하다.
마른 나무에 꽃이 피는 고목생화(枯木生花)의 기적을 언제까지 바라만 볼 것인가.
‘아이 낳기 좋은 제주’가 제주도정의 헛 구호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