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년 연속으로 농지규제 완화를 새해 화두로 띄웠다. 농지 생산성과 유동성을 높여 농업·농촌의 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시대에 맞는 농지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는 덴 대체로 이견이 없지만, 농지 보전이 배제된 정부 구상에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2025년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30년간 지속돼온 농지제도의 틀을 과감히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핵심은 농지 이용·전용·소유·임대차 등의 전방위적인 규제 완화다.
우선 농지에 수직농장과 주차장 등 농산업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농지 이용 범위를 확대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지구에서는 농업진흥지역이라도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소유를 허용하고, 농업진흥지역을 포함한 농지 전용 권한을 지자체로 대폭 이양한다. 제한적으로 허용돼온 농지 임대차는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편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에 주차장 등을 설치할 수 있게 하고 임대차 제도를 개편하는 건 농지의 합리적 이용을 도모하고 농지 생산성을 높이려는 취지”라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 땅 투기 사태 이후 강화된 주말·체험영농 목적의 농지 취득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성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농지규제 완화 방침은 최근 일관되게 관찰된다. 지난해초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업무보고 성격으로 울산에서 진행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자투리 농업진흥지역 해제 ▲수직농장 농지 입지 규제 완화 ▲체류형 쉼터 도입 등을 골자로 한 농지규제 완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이같은 흐름 속에 농지 보전을 위한 구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석두 GS&J 인스티튜트 연구위원은 “이번 계획에서 농식품부는 농지 위에 주차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이용’ 행위를 확대하겠다고 포장했지만 엄밀히 이는 농지를 농업생산 외의 용도로 쓰는 ‘전용’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농지에 대한 권한을 지자체에 이양한다는 것도 특별자치도의 전례에서 알 수 있듯 지자체가 농지 전용에만 몰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제 시선은 농정당국이 이번 구상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쏠린다. 당초 농식품부는 세부적인 ‘농지제도 개편방안’을 지난해말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정국 혼란 등을 이유로 시점을 올 상반기로 미룬 상태다. 이 방안엔 ‘제2의 농지개혁’으로 부를 수 있을 만큼 대대적인 변화가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첫 ‘농지 관리 기본방침’도 올해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지난해초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농식품부는 10년 단위로 ▲농지 관리 시책 방향 ▲농지면적의 현황 및 장래 예측 ▲관리해야 하는 농지면적 등을 포함한 기본방침을 세워야 한다. 지자체 역시 이 방침에 따라 ‘농지 관리 기본계획 및 시행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자체 계획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올해 연구용역을 거쳐 신중하게 수립해 내년초 시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농업계는 정부의 큰 그림에선 소외된 농지 보전 대책이 ‘농지제도 개편방안’과 ‘농지 관리 기본방침’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선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농식품부의 이번 업무계획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 약속대로) 농지 150만㏊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재하고 농지 난개발과 식량자급률 하락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면서 보완을 주문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