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모두 끝나면 출제본부 출제·검토위원 500여명도 40일간의 합숙이 끝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 출제·검토위원 500여명, 진행·급식·보안 등 행정 업무를 맡는 230여명 등 총 730여명은 지난달 6일부터 이날까지 40일간 합숙 생활을 해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약 525명의 출제·검토위원은 이날 오후 5시 45분쯤 수능 5교시(제2외국어·한문)가 끝난 뒤 밖으로 나온다.
38일 동안 합숙 생활을 한 지난해보다 이틀 늘었다. 다만 평가원 관계자는 “위원들의 입소 날짜가 다른데, 올해는 가장 빨리 입소한 위원을 기준으로 기간을 잡았다”며 “합숙 기간이 따로 늘어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부정행위 방지를 위해 이들의 합숙 출제·검토는 삼엄한 경계 속에 진행된다. 출제·검토위원이 문제를 유출하면 고등교육법에 따라 5년 이하 징역형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생활도 통제한다. 가족조차 합숙 장소를 알 수 없으며 모든 전자기기 반입이 금지된다. 이처럼 이뤄지는 이유는 문제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구체적인 합숙 장소와 정확한 규모 역시 기밀에 부쳐진다.
합숙이 시작되면 외출하거나 통신 기기를 일체 사용할 수 없으며, 모든 전자기기는 반납해야 한다. 인터넷도 출제 관련 자료 검색 용도와 같이 제한적으로만 쓸 수 있으며 보안·행정요원 입회 하 확인 절차도 거친다.
오직 문항 출제·검토를 위한 인터넷 사용만 허용한다. 먹고 남은 음식물 쓰레기도 보안요원이 점검한다.
출제위원이 문제를 내면 난이도·오류에 대해 검토위원들이 검토하는 식으로 출제 문제가 준비된다.
2022년부터 이 같은 검토가 강화됐다.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하면서 이듬해 고난도 문항 검토가 시작됐다. 다수의 조건이 활용되거나 다양한 풀이 방식이 가능한 고난도 문항을 집중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출제 및 검토위원단은 사전에 풀을 구성된 대학교수들과 현직 고교 교사 등을 중심으로 꾸리는데, 지난해 6월 ‘킬러문항’ 배제 기조 반영 후 현직 교사 비중이 더 늘어났다.
또 지난해부터 ‘공정수능 출제 점검위원회’(출제점검위)가 출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출제점검위 위원 25명은 시·도 교육청 추천을 받은 경력 10년 이상의 교사다. 국어·영어·수학 각 3명, 사회와 과학탐구 각 8명씩이다.
출제·검토위원으로 참여한 경력도, 사설 문제집 발간에 참여한 적도, 대입 수험생 자녀가 없는 교사 중 무작위 추첨으로 위원이 선정된다.
이들은 출제·검토를 마친 문항을 살펴보며 킬러문항으로 여겨질 수 있는 소재·논리 등을 다시 한번 종합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 체감 난이도를 적정하게 관리하는 것은 교육계에서 ‘신의 영역’으로 불린다. 단순히 평가만 해서는 안 되며 그해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 집단의 특성이나 정부의 대입 정책 기조, 전년도 수능의 문제점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의대 증원과 21년만의 최대 규모 N수생, 6월과 9월 모의평가 널뛰기 난이도 논란으로 예년보다 출제본부가 적정 변별력을 맞춰야 한다는 심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 이의신청은 이날부터 18일 오후까지 닷새 동안 받는다. 그 직후 이의심사가 진행되며, 평가원은 26일 오후 심사 결과를 내놓고 수능 정답을 확정한다.
최중철 수능 출제위원장은 이날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킬러문항’을 배제했다”며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