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대 대선 후보 첫 TV토론회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가 발전비용 등을 근거로 ‘원전 확대론’을 주장한 가운데, 5년 후 한국에서 태양광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될 것이라는 미국 국립연구소의 전망이 나왔다. 연구진과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는 비중이 커질수록 싼 발전원”이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연구소(LBNL)에 따르면 연구진은 최근 펴낸 ‘한국의 균등화발전비용(LCOE)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의 대규모 태양광 LCOE가 2030년에는 에너지원 중 가장 저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LCOE는 발전소의 건설·운영·폐기 기간에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전력 생산량으로 나눈 값이다.
보고서는 2030년 대규모 태양광(최대 100㎿)의 LCOE는 48달러/㎿h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현재 가장 저렴한 발전원으로 꼽히는 원자력의 LCOE는 사고 위험 등 사회적 비용을 포함하면 60달러/㎿h, 사회적 비용을 제외해도 50달러/㎿h가 될 것으로 봤다.

앞서 김문수 후보는 지난 18일 TV토론회에서 이재명 후보와 견해차를 드러내며 “원자력발전소가 풍력에 비해 비용이 8분의 1, 태양광에 비해 6분의 1도 안 된다”며 “값싸고 안전한 원전을 그동안 왜 안 했느냐. 잘못된 환경론자들의 주장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후보도 김 후보의 주장에 공감하며 “(이재명 후보는) 환경론자 말에 휘둘려 국가 대사를 판단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이 원자력보다 낮아 산업적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취지다.
실제로 보고서는 2030년 고정형 해상풍력 LCOE를 100달러/㎿h로 전망했다. 석탄의 LCOE와 비슷하거나 적은 값(사회적 비용 포함 시 223달러/㎿h, 불포함 시 100달러/㎿h)이지만, 원자력의 LCOE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보고서는 “(원전의 건설비용 등 증가로 인해) 2050년 고정형 해상풍력은 원자력보다 저렴해진다”며 “태양광 및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한국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발전원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의 가격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실제 발전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중국·독일처럼 재생에너지의 LCOE가 싼 국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그만큼 많아서 규모의 경제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전체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4%로, 원자력(30.7%)의 3분의 1 수준도 되지 않는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가 저렴해서 발전량을 늘리는 게 아니라 많이 쓰기 때문에 비용이 싸지는 것”이라며 “원자력 비중이 30%라면 재생에너지도 그 정도까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비용을 생각할 때 탈원전보다 감원전을 하면서 추가로 필요한 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플랜1.5 최창민 정책활동가는 “에너지믹스를 결정할 때는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 국가 전체에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를 판단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빨리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