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 빌려가고 이자는 알아서 주세요”···10주년 맞은 한양대 ‘키다리은행’

2025-11-02

한양대학교에는 대학생들이 직접 세운 은행이 있다. 한양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은행 조합원이 돼 생활비를 대출받을 수 있다. 갚아야 하는 기한은 있지만 이자는 내고 싶은 만큼만 내면 된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을 돕는 정체모를 후원자 ‘존 스미스’ 이야기를 다룬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이름을 딴 한양대 ‘키다리은행’이 벌써 10년을 맞았다.

오는 12월 첫 대출 개시 10주년을 맞는 키다리은행의 홍민재 이사장(23·한양대 경영학과 3학년)은 지난달 29일 경향신문과 만나 “10년 전과 지금, 대학생이 마주한 ‘비싼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키다리은행을 “전국 유일의 캠퍼스 기반 자조금융협동조합”이라고 소개했다. 10년 전 한양대 학생들이 의기투합해 낸 출자금이 은행 자본금이 됐다. 현재까지 가입 조합원은 470명에 이르고, 지난 9월 기준 500건 이상의 대출이 실행돼 누적 대출액은 1억5000만원을 넘겼다.

자본금 규모 1000만원인 이 은행의 대출 한도가 큰 것은 아니다. 키다리은행은 한도 30만원의 ‘숏다리펀드’와 15만원의 ‘패스트펀드’를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이 ‘작은 대출’을 받기 위해 매달 7~8명의 학생들이 은행 문을 두드린다.

키다리은행은 “대학생으로 사는 게 너무 비싸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홍 이사장은 대학생의 ‘비싼 삶’이 지금도 과거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서류에 적는 대출 사유엔 식비 외 생활비가 단골로 등장하고, 몇 만원 남짓의 ‘MT 회비’도 대출 사유가 된다.

모두 조합원이자 한양대 재학생인 은행 운영진들은 대출심사를 하며 청년들의 생활비 문제를 실감하고 있다. 홍 이사장은 “뉴스에서 주로 다뤄지는 정말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이 아니더라도, 주변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생활비 문제로 늘 고민하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키다리은행은 10년째 ‘자율 이자제’를 고수한다. 대출이자는 갚는 학생 선택에 맡긴다. 홍 이사장은 “시중은행과 달리 학생들의 경제적 어려움을 덜고 은행의 사회적 가치를 키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홍 이사장은 얼마 전에는 대출금 30만원에 이자 30만원을 더해 60만원을 갚은 학생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큰 도움을 받았다”며 이자를 보태 감사를 전하는 학생들은 은행 운영진들에게 가장 큰 보람을 준다. 대출을 이용해보고 이를 계기로 운영진으로 참여한 학생도 있다.

출범 10년차를 맞은 키다리은행은 최근에는 공익사업 등으로도 활동을 확장 중이다. 올해부터 한 공익법인과 협약을 맺고 자립준비청년 대상 금융교육 활동을 시작했다. 홍 이사장은 “대학생들이 일상적으로 느끼는 경제적 고민을 사회가 더 경청하고 논의했으면 한다는 생각이 활동하면서 들었다”며 “대학 너머 지역사회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되는 게 우리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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