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장제원 질타한 尹 전화…'김건희 비서실장' 때문이었다 [실록 윤석열 시대]

2025-10-16

2022년 3월 말 자정 무렵, 서울 마포의 한 고급 빌라 단지 정문에 제네시스 G90 세단이 들어섰다. 이윽고 뒷좌석에서 넥타이를 풀어헤친, 피곤한 모습이 역력한 중년 남성이 스스로 문을 열고 내렸다. 그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자, 새로운 정부의 핵심 실세로 자리매김한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었다.(이하 경칭 생략)

장제원이 하차하자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한 남성이 가로등 아래로 자신의 실루엣을 드러내며 인기척을 냈다. 심야에 인적이 드문 서울의 고급 주택가, 낯선 남성의 갑작스러운 등장이 당황스러울 법도 하건만 장제원은 이런 상황이 익숙한 듯 놀라지도 않고 뒤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퇴근을 기다리며 암흑 속에서 수 시간을 집 앞에서 기다린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장제원은 누가 이 광경을 목격할까 싶어 “올라가서 이야기하자”며 기자를 자신의 집으로 이끌었다. 그렇게 한밤 중 새 정권의 최고 실력자와 기자의 일대일 대면이 성사됐다.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서자 거실 통창으론 한강 야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널찍한 거실, 그곳과 이어진 부엌에 놓인 긴 다이닝 테이블에 두 사람은 마주 앉았다. 보안을 중시하는 장제원의 앞엔 아이패드 하나와, 아이폰 두대가 놓였다. 당선인 관련 사항은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련 보고 문건을 대부분 전자 문서로 건네받아 아이패드로 검토하는 듯했다.

뜻밖에도 새 정부 최고 실력자와의 단독대좌가 성사되자 기자는 아연 긴장했고, 말은 두서가 없어졌다. 새 정부 조각은 물론이고, 윤석열 정부가 펼쳐나갈 핵심 정책에 대한 밑그림을 생각나는 대로 물어나갔다. 줄기없는 중구난방식 질문에 장제원이 서서히 짜증을 내기 시작했을 무렵, 그의 앞에 놓인 아이폰 한 대가 부르르 떨었다.

전화기에 찍힌 이름은 보이지 않았지만, 발신인이 누군지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정 무렵 걸려온 그 전화에 장제원이 벌떡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건 윤석열이었다. 실제 전화기에서 새어 나온 목소리도 윤석열의 것이었다.

기자의 머릿 속엔 퍼뜩 얼마 전 한 조간 신문의 특종기사가 떠올랐다. 제일기획 출신의 공연기획가인 이도훈 홍익대 교수가 취임식 총연출을 맡았다는 내용이었다. 이도훈은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 2011년 대구육상선수권대회 개막식,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 등을 연출했던 자타공인 실력자였다. 누가봐도 적임자였건만, 정작 당사자인 윤석열이 딴지를 거는 모양새였다.

한동안 윤석열과 심각한 표정으로 통화하던 장제원은 전화가 끊긴 뒤 기자를 쫓아냈다. “너무 늦었다. 다음에 이야기하자”라는 핑계와 함께였다. 그는 기자를 몰아낸 뒤 급하게 전화기를 쥐고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현관문을 밀고 집을 나서던 기자의 귀에 장제원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 하나가 그대로 꽂혔다.

김승희는 김건희의 사람이었다. 그것도 김건희 여사가 꼽은 첫번째 ‘우리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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