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신청 말고 합의금”···쿠팡CLS 대리점, 산재 유족 회유 정황

2024-10-11

과로로 숨진 쿠팡 로켓배송 기사 정슬기씨(41)가 일했던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리점 측이 정씨 사망 후 유족에게 산재를 신청하지 않고 합의금을 받는 것을 제안한 정황이 드러났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 10일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 진행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대화가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정씨는 쿠팡CLS 남양주2캠프 굿로지스대리점에서 새벽 로켓배송을 하다가 지난 5월28일 자택에서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정씨는 생전 주 60~63시간(야간근무 30% 할증 시 77시간) 일했다. 정씨는 원청인 쿠팡CLS 직원의 업무지시 메시지에 “개처럼 뛰고 있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 의원이 이날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대리점 관계자는 정씨 유족과 만난 자리에서 “산재보험은 개인 보험이나 산재보험 둘 중에 하나 택일을 해야 한다. 더 많이 나오는 걸 받으실 수밖에 없다”며 “(산재를 신청하면) 개인 보험을 못 받고 2억이고, 이거(합의금)는 개인 보험 처리하고 1억5000만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1억5000만원은 송금해 드리겠다. 세금 없이. 합의금이라 상속세 등이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사망으로 인한 산재보험(유족급여)는 민간 개인 보험과 별도인데도, 대리점 관계자는 유족에게 “산재보험이라는 것 자체는 다른 보험료를 받지 않겠다는 계획으로 받는 것”이라며 “보험이 이중으로는 안 나온다”고 했다.

대리점 관계자는 유족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않는 게 유리하다’는 이야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정 의원이 지난 7월 공개한 이 녹취록의 다른 부분을 보면, 이 관계자는 “제가 유가족이면 산재 (신청) 안 한다”며 “산재는 기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조금 안 좋다는 내용들(이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산재 (신청)을 하면 언론에서 유가족을 엄청 괴롭힌다고 한다. 언론 쪽이 쿠팡을 좋게 생각하지를 않는다”고도 했다.

정 의원은 “산재를 신청하면 개인 보험이 안 나온다는 허위 사실을 이야기하고 있고, 합의금을 받고 개인 보험도 받는 게 유리하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며 “노동부 차원에서 조치할 방법이 없나”라고 김민석 노동부 차관에게 물었다.

녹취를 들은 김민석 노동부 차관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산재 은폐에 대한 처벌조항이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방해행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조항이 없기 때문에 좀 더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정 의원은 “경기 용인 쿠팡 캠프에서 숨진 택배기사의 유족도 산재 신청이 되는지 모른 채 대리점 측과 합의하고 산재 신청을 하지 않았다가, 기사를 보고 의원실에 문의해 왔다”며 “쿠팡에는 알려지지 않은 산재사고가 많이 있다. 산재 신청 방해 근절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0일 정씨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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