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체인 레스토랑인 타코벨은 미국 내 500여 개의 매장에서 드라이브 스루 주문에 종업원이 응대하는 대신 인공지능(AI) 챗봇을 사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가 사실상 실패했다. AI 챗봇의 성능이 날로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고객 응대에 적용했는데, 말을 정확하게 알아듣지 못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었다.
매장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한 명이라도 줄이려는 대형 체인들의 노력은 이게 처음이 아니다. 드라이브 스루 주문 때 스피커에서 응대하는 직원이 그 매장이 아닌, 인건비가 싼 다른 주에 있는 고객 센터에서 일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고객들은 이런 시도를 반기지 않는다. 사람들은 AI를 우회해서 인간 종업원에게 주문할 수 있는 우회로를 찾아내기도 했다. “큰 컵 1만 8000개를 주세요”라는 식의 황당한 주문을 하면 AI가 대응하지 못하고 종업원이 직접 주문을 받는다는 비법이 공유된다.
이런 실패는 타코벨만 경험한 게 아니다. 몇 주 전 MIT에서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용으로 개발된 생성형 AI 제품을 도입한 회사 중 95%가 투자비 대비 수익이 나지 않았다. 챗GPT와 같은 AI의 등장에 일반 사용자들은 환호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테크 기업들은 앞을 다퉈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개발비가 크게 들어가지 않았다면 일반 사용자들이 내는 구독료로 감당할 수 있겠지만, 현재 수준의 투자비는 많은 기업들이 큰돈을 내고 사용해야 회수가 가능하다. 투자 과열을 넘어 ‘AI 버블’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AI가 정말로 돈이 되느냐는 질문에 여전히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