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 유통명가 타이틀 '흔들'···반등 전략 내놨다만

2024-10-20

롯데그룹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유통 사업이 흔들리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8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사업 재편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지만 속도는 더디다. 롯데쇼핑은 유통업계 최초로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며 시장의 신뢰 회복에 나섰다.

부진 또 부진···'과거의 영광' 된 유통 명가

롯데쇼핑의 '유통명가' 타이틀이 흔들리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 등 모든 유통 채널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롯데쇼핑의 지난해 매출은 14조5559억원으로 2018년(17조8210억원)과 비교하면 18.3%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6조9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마이너스 797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이 영엽이익 증가와 손상차손 인식 금액이 대폭 축소돼 1797억원을 기록하며 7년 만에 흑자 전환했지만, 6개월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재무 상황도 악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지난해 롯데쇼핑의 연결재무재표 기준 유동부채는 10조9034억원으로 전년(10조6226억원) 대비 2808억원 늘었다. 유동부채(10조9034억원)는 유동자산(5억5638억원)을 2배 가까이 넘겼다.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는 1년 내에 갚아야 할 부채를 말한다.

지난해 유동비율은 전년 대비 7.2%포인트(p) 감소한 51%다. 유동비율은 기업의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보통 100% 이상이면 재무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동기간 부채비율은 182.79% 수준이다. 장기부채의 유동성 대체에 따른 유동성 장기부채의 증가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금성 자산도 감소했다. 지난해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5897억원으로 전년(1조8008억원) 대비 2111억원 줄었다. 단기차입금도 현금성자산보다도 많은 상태다. 동기간 단기차입금 규모는 2조4088억원으로 전년(1조2618억원) 대비 90.9% 뛰었다.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차입금을 상환하려면, 현금 등 유동성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의미다.

'신동빈 야심작' 롯데온의 실패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위기를 겪으며 뒤늦게 온라인 커머스로 시선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처참히 실패했다.

2020년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 7개 쇼핑몰을 통합한 롯데온은 '신동빈의 야심작'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이커머스에서 압도적 위치를 선점한 쿠팡을 겨냥하며 서비스 론칭 전부터 롯데 유통 사업의 미래 먹거리로 기대를 모았다.

단숨에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겠단 목표와 달리 롯데온은 '전략 부재'라는 오명을 얻었다. 올 상반기 롯데온 매출은 576억원으로 전년보다 12.1% 가량 줄었다. 영업손실은 42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1억원이 증가했다. 롯데온의 누적 영업손실은 50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도 롯데온은 85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2020년 출범 이후 매년 1000억원 안팎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롯데온은 지속되는 적자에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 축소에 들어섰다. 롯데온 내 e그로서리사업단을 롯데쇼핑 대형마트 사업부인 롯데마트로 조직 통합을 단행하기로 했다. 롯데온에서 맡아온 '오카도(Ocado) 협업 사업'도 롯데마트가 담당하게 됐다.

비상경영 선포···비용절감 본격화

지난 8월 롯데지주가 비상경영을 선포한 후 그룹 계열사로 위기 의식이 전파되고 있는 모습이다.

롯데그룹이 공식적으로 마지막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갔던 시기는 신동빈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던 2018년 2월이다. 당시 롯데그룹은 황각규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롯데지주가 올해 다시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은 2018년 이후 6년 반 만인 셈이다.

신 회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예상하지 못한 위기가 발생 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면서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임을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에도 경영목표 달성 및 재도약을 위해 경각심을 높여줄 것을 단호하게 당부한다"고 말했다.

롯데쇼핑도 비상경영 체제 속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본사 이전과 인력 구조조정도 본격화하며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화에 들어갔다.

편의점 세븐일레븐 운영사인 코리아세븐은 지난 7월 서울 중구 수표동 시그니쳐타워에서 강동구 천호동으로 본사를 옮겼다. 같은 달 롯데온 역시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있던 본사 사무실을 강남 테헤란로로 이전했다. 롯데하이마트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본사 사옥을 임대하고 서울 보라매역 인근 건물로 옮길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1988년 법인 설립 이래 36년 만에 희망퇴직도 진행 중이다. 또 세븐일레븐은 2022년 4월 인수한 미니스톱의 국내 2600여개 점포에 대한 브랜드 전환과 동시에 수익성이 낮은 기존 점포를 정리 중이다. 현금인출기(ATM) 사업부(옛 롯데피에스넷)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본업인 편의점 사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 등을 바꾼다는 취지다.

롯데그룹 유통 계열사의 희망퇴직은 올해 들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롯데온이 지난 6월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고, 지난 8월에는 롯데면세점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호텔롯데의 롯데호텔앤리조트도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명예퇴직을 실시한 지 4년 만이다.

악재 속 주주 달래기?···"2030년까지 매출 20조 목표"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 롯데쇼핑은 유통업계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인 '밸류업'을 공개했다. 주주들에게 최소 주당 3500원을 배당하고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것이 골자다.

결국 실적 부진으로 인한 주가 하락이 지속되자 배당을 늘려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발표된 주주 환원 정책에 따라 현재 30% 수준인 주주 환원율은 35%로 확대된다.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3500원의 최소 배당금도 도입하기로 했다.

배당 절차도 변경된다. 현재 '기말 이후 배당액 확정' 방식에서 '선(先) 배당액, 후(後) 배당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연 1회 지급하는 배당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통해 투자자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간다는 것이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사업 전략도 분야별로 제시했다. 현재 동남아 주요 법인을 소유하고 있는 '싱가포르 홀딩스'를 인터내셔널헤드쿼터(iHQ)로 두고 동남아 지역의 전략적인 사업 확장을 도모하기로 했다.

롯데쇼핑의 맡형 격인 롯데백화점은 주요 점포 리뉴얼(재단장)을 통해 핵심 상권에서의 리더십을 구축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와 슈퍼는 신선식품 등 그로서리 분야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국의 리테일테크기업 오카도와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그로서리 사업도 롯데마트와 통합 운영해 시너지를 내기로 했다.

롯데온은 패션, 뷰티, 아동, 명품 등의 전문몰로 입지를 강화하고 상품기획(MD)과 개인화 마케팅을 강화해 경쟁력을 키우기로 했다. 이밖에 하이마트, 홈쇼핑, 컬처웍스 등 자회사는 수익성 개선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시행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롯데쇼핑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RMN(리테일 미디어 네트워크) 사업도 본격화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실시간 가격비교, 자동발주 시스템 등 유통업에 특화된 AI 기술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중장기 실적 개선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통한 안정적인 배당 지급과 주주 환원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며 "주주와 함께 성장하는 롯데쇼핑이 되고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