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암 경기 중 골프공에 맞아 한쪽 눈을 실명한 호주 골프 유망주 제프리 관(21)이 약 1년 만에 필드로 돌아왔다.
1일 골프전문 매체 골프다이제스트에 따르면 제프리 관은 지난달 28~31일 호주 다윈 인근 파머스톤 골프코스에서 열린 호주프로골프 투어 NT PGA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중국계 호주 선수인 관은 호주 골프 최고의 유망주였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중국에서 호주로 이민한 관은 아마추어 시절 호주의 모든 대회를 휩쓸었다. 2022년 주니어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 팀 대표로 출전할 만큼 촉망받았던 관은 이후 아마추어 무대에서 꾸준히 성적을 냈고, 지난해 9월 13~16일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프로코어 챔피언십을 통해 PGA 투어 데뷔전을 치렀다.
이 대회에서 한 타 차이로 컷 탈락한 관은 같은달 20일 호주에서 열린 프로암 대회 도중 아마추어 참가자가 친 샷에 눈 부위를 맞아 큰 부상을 입었다. 사고 직후 헬리콥터로 전문병원으로 이송된 관은 여러 차례 수술을 받고 시력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를 계속했지만 결국 왼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관은 부상 이후 한동안 게임에 빠져 지냈다고 한다. 그는 “여러 가지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다른 포부를 갖기도 했다”면서 “세계 100대 게이머가 되는 게 그 포부였다”고 했다. 하지만 골프채를 다시 잡으면서 그 꿈은 접어뒀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뒤 가장 어려운 점은 거리 감각이 나빠진 것이라고 한다. 관은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물 한 병도 제대로 받아올 수 없었다. 한동안 걷기도 힘들었다”며 “눈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안정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에 한동안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관은 이후 천천히 차를 몰고, 칩샷과 퍼팅을 하면서 조금씩 회복하는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벙커의 깊이가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퍼팅 라인을 제대로 읽으려면 시간이 10분 이상 필요할 때도 있다고 한다. 스윙 궤도 역시 과거와는 달라졌다. 하지만 관은 자신이 공을 정확하게 타격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관은 호주프로골프협회에서 병가를 인정받아 이번 NT PGA 챔피언십에 출전했다. 1라운드에 3타를 잃은 그는 2라운드에도 2타를 잃으며 컷 탈락했다. 과거의 실력을 되찾는데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골프다이제스트는 관의 스토리가 1차대전 도중 가스폭발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도 메이저 대회 3승을 거둔 토미 아머를 떠올리게 한다고 썼다.
중국계인 관은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의 이야기가 주는 교훈을 따를 것이라고 한다.
관은 “아버지가 ‘몽키 킹’이라는 영화를 소개해 줬다. 내 가방과 웨지에도 그 로고가 붙어있다”라며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내심을 갖고 열심히 노력해서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는 게 영화의 메시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