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에서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이 야수들이다. 김하성은 2020시즌을 마치고 포스팅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샌디에이고에 둥지를 틀어 미국에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는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하며 미국으로 떠났다. 그리고 이제 김혜성이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반면 현재 메이저리그에 남아 있는 한국인 투수는 없다. LA 다저스, 토론토 등에서 뛰었던 류현진은 2023시즌을 마치고 KBO리그 한화로 돌아왔다.
최근 투수의 미국 진출 사례는 2020년 김광현(SSG)이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해 두 시즌을 뛴 것과 2021년 텍사스와 계약을 해 메이저리그에서 1년을 보낸 양현종(KIA)이 있다. 이들은 모두 KBO리그에 복귀했고 이후에는 해외 진출을 선언했던 투수들이 없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매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투수가 나오는데 이와는 다른 양상이다.
가능성을 보이는 투수는 있다. 바로 2024시즌 다승왕을 차지한 삼성 원태인(24)이다.
올시즌에는 다시 개인 최고 성적을 갈아치웠다. 시즌 15승(6패) 평균자책 3.66을 기록하며 승수 부문 리그 1위를 기록했고 데뷔 첫 타이틀을 차지했다. 리그를 대표하는 투수로 우뚝 선 원태인은 2025년에는 데뷔 후 7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다.
그런데 원태인은 일단 당장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을 할 생각이 없다.
원태인은 “포스팅 시스템에 대한 욕심은 하나도 없다. 그만한 레벨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일절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획득하는 해에는 해외 진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고졸 선수인 원태인은 2026시즌을 마친 뒤 자신의 진로 폭을 넓혀볼 수 있다.
처음에는 일본 무대 진출 욕심을 보였던 원태인은 지난 3월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방문했던 ‘서울 시리즈’에서 경험을 하며 생각이 바뀌었다. 당시 원태인은 샌디에이고와의 연습경기에서 매니 마차도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원태인은 “사실 일본 진출이 가장 첫번째 목표였는데 서울시리즈를 함으로써 마음이 반반 정도 됐다”고 말했다.
다승 1위라는 경지에 올랐지만 원태인은 아직 자신이 해외 진출을 노릴 법한 ‘레벨’이 아니라고 자평한다. 그는 “아직 많이 멀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올해 커리어하이를 달성했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아직 ‘택도 없다’라고 생각을 한다. 더 많은 발전을 하고나서 도전하고 싶다”며 이유를 밝혔다.
무작정 가기보다는 그만한 자격을 갖추고 가고 싶다는 뜻이다. 올해 한국시리즈 준우승에서 아쉬움을 삼켰기 때문에 팀을 높은 자리에 올린 다음에 더 큰 무대로 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만약 원태인이 진출을 하게 된다면 한동안 명맥이 끊긴 투수 메이저리거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다. 더 큰 목표가 생긴 만큼 2시즌 동안 더욱 성장할 원태인을 향한 기대감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