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말 부처·산하기관에 공문
출장·강의·행사 참석 자제 명시
李대통령 ‘공직자 1시간’도 인용
인사처 “빠른 성과 창출 위한 것”
현장선 “외부활동에 성과 못 내나
공직사회, 갈라파고스될 것” 우려
최동석 처장의 ‘과잉 충성’ 뒷말도
“공직자의 1시간은 전 국민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음을 감안해 불필요한 외부활동을 줄이고….”
이는 인사혁신처가 지난달 말 전 부처와 산하기관에 보낸 ‘성과 중심의 유능한 공직사회 구현을 위한 복무기준’ 공문(사진) 내용 중 일부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자회견, 고위 공무원 워크숍 등에서 자주 얘기한 ‘공직자의 1시간은 5200만 시간의 가치가 있다’를 인용한 이 공문은 ‘공무원의 외부활동 축소’를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외부 행사 참석 자제, 출장 최소화, 외부 강의 자제 등 지침도 명시됐다.

이례적인 복무기준 하달에 최근까지 각 부처·기관 담당자에게 그간 겸직 허가 절차를 거쳐 외부 강의 등을 해왔던 소속 공무원의 문의와 불만이 잇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부처 안팎에선 ‘성과’를 내기 위해 외부활동을 줄여야 한다는 건 “구시대적 발상”이란 지적도 나온다.
한 부처 담당자는 14일 “인사처 공문이 온 뒤 여러 기관에서 외부 활동 허가를 거의 안 해주는 상황이 생겼고 우리 쪽에 문제 제기가 계속 나왔다”고 전했다. 다른 부처 관계자도 “기존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허가를 얻어 업무와의 연관성에 활동을 해오던 분 중에 반발이 여럿 있었다”고 했다.
실제 대통령령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등에 따르면 겸직 업무가 담당직무 수행에 지장이 없는 경우 소속 기관장 허가를 거쳐 강의 등 외부 활동이 가능하다고 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사처 공문은 외부 강의의 경우 “국정과제 공유, 대국민 정책 설명 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실시하라”고 복무규정보다 더욱 강하게 제한하고 있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규정은 이밖에 행사를 “공약·국정과제 이행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행사”로, 출장에 대해선 “민생 현장 점검, 재난·재해 관리 및 국익을 위해 중요한 국제회의 등 참석 목적”으로 가능 범위를 제한했다.
인사처는 이 복무기준에 대해 ‘강제성’이 있는 건 아니라고 밝혔다.

인사처 관계자는 “정권 초니까 성과를 빠르게 창출하기 위한 ‘권고’”라며 “저희가 위반 여부를 확인할 수도,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고 했다. 실제 일부 부처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이런 인사처 설명을 구했고 이후 ‘외부활동을 무조건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란 취지로 ‘해명성 공문’을 내부에 따로 전파했다.
인사처 복무기준에 강제성이 없다지만 부처 안팎에선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부처 인사 담당 관계자는 “행사만 해도 적극 참여하는 게 정책 홍보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다. 외부 활동이 곧 성과 저하로 이어진다는 인식은 실제 개개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강제적인 건 아니라 해도, 각 기관장은 괜히 트집 잡힐까봐 활동을 자제시키지 않겠나”라며 “공직사회를 갈라파고스로 만드는 게 성과를 내는 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의 ‘공직자 1시간’ 발언이 공문에 인용된 걸 두고, 문제의 복무기준이 여러 설화가 뒤따른 최동석 인사처장의 ‘작품’ 아니겠느냐는 뒷말도 나온다. 최 처장은 이 대통령과 관련해 “우리 민족 전체가 이재명 국가가 돼야 한다”, “(임기가) 5년은 너무 짧다. 10년, 20년을 해도 된다” 등 아부성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실제 복무기준 공문이 최초로 부처에 전달된 건 최 처장 취임일(7월21일) 나흘 뒤인 7월25일이다.
김승환·이지민·장한서·차승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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