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무단 촬영해도 간첩죄 아닌 군사기지법 적용…입법 공백 메우려면 [법조계에 물어보니 642]

2025-04-14

중국인 2명, 수원 공군 비행단 전투기 및 시설들 무단 촬영…간첩죄 아닌 '군사기지법' 적용

법조계 "입법 공백 상황서 새 법 만들어 처벌 어려워…확실히 처벌 가능한 법률 검토한 것"

"군사기지법 내 구성요건 세분화, 형량 구분해야…경중 달리 판단하도록 법정형 검토도 필요"

"군사시설 촬영, 군사기밀 유출로 이어질 우려…대부분 선고유예·벌금형 처벌, 엄벌 이뤄져야"

최근 경기 수원 공군 제10전투비행단 부근에서 우리 군 전투기를 무단으로 촬영한 10대 중국인들이 적발됐지만 입법 공백으로 인한 한계로 간첩죄 적용은 어려울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입법의 공백 상황에서 확실하게 처벌 가능한 법률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간첩죄가 아닌 군사기지법이 적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군사기지법 구성요건을 세분화해 유형에 따라 형량을 다르게 하고, 상황에 따라 경중도 달리 판단할 수 있도록 법정형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 등 수사당국은 최근 10대 후반의 중국인 2명을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군사기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이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해 지난달 21일 미 군사시설과 주요 국제공항 부근을 돌아다니며 DSLR 카메라로 수천 장의 사진을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평소 비행기 사진을 찍는 취미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수사를 통해 구체적 범행 동기를 파악하는 한편 대공 혐의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군사시설을 무단으로 촬영했지만 설령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군사상 정보 수집 목적으로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하긴 어렵다. 간첩죄를 규정한 형법 98조 1항은 '적국을 위해 간첩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한다. '적국'은 북한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그 외 다른 국가를 위해 간첩 활동을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다.

수사 당국이 두 사람에게 군사기지법을 적용한 것도 이 같은 입법 공백 때문으로 풀이된다. 군사기지법에 따라 군사기지·군사시설을 무단 촬영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수사 당국은 이 같은 범죄들을 군사기밀보호법, 군사기지법 혐의 등을 적용해 기소하고 있지만 최소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간첩죄보다는 법정형이 낮아 억제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검사출신 배연관 변호사(법무법인 YK)는 "입법의 공백이 없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법률을 만들어 처벌할 수는 없고, 확실하게 처벌할 법률을 검토하며 군사기지법 적용을 하게 된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이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의도성, 상황의 심각성, 피해의 정도, 유출 정황 등을 고려할 수 있도록 군사기지보호법 안에서 구성요건을 세분화하여 유형에 따라 각각 형량을 달리 하고, 같은 유형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사법부와 수사기관이 경중을 달리 판단할 수 있도록 법정형에 대한 검토 역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국가보안법 간첩 관련 혐의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반국가단체의 구성원, 지령, 구성원과의 연락 등이 입증돼야 한다. 군사기밀 시설을 촬영했다고 하더라도 반국가단체와의 연락, 지령 전달 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현 상태에서는 군사시설을 촬영한 사실은 인정되지만 어떤 동기에서 촬영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제3자의 개입이나 지시가 있었는지가 불분명한 상태이므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시설 촬영이 군사기밀 유출로 이어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엄벌이 필요해 보인다. 해당 시설 부근에 군사시설 무단 촬영시 엄벌에 처해진다는 안내문 설치, 시설 접근 시 안내방송 등 충분한 안내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특히 군사기지및군사시설보호법위반 처벌 사례를 보면 선고유예, 벌금 100만원 등 약하게 처벌되는 사례가 많다. 법 개정 이전에 검찰, 법원과의 교류, 제도 개선 등을 통해 현실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