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다. 감독은 촬영한 영상 이미지를 연결하거나 삭제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이를 연출이라고 한다. 영화뿐만 아니라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등도 영화에서 감독과 같은 위치에 있는 PD가 편집을 통해 발언한다.
모든 예술은 이런 방식으로 창작자의 의도를 예술을 즐기려는 이들에게 전달한다. 전달 언어가 다를 뿐이다. 문학은 글의 첨삭을 통해, 음악은 음표의 구성으로, 화가는 화면에 이미지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예술을 만들어낸다.
박종화는 영화적 어법에 가까운 편집 방식으로 이미지를 콜라지하는 작가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에서는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강하게 보인다. 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다. 영화적 분위기를 그림 속에다 연출하는 셈이다.
영화는 허구다. 사실 그대로를 옮겨 놓는 다큐멘터리라 할지라도 현실은 아니다. 예술가의 상상력이 빚어내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영화를 보는 동안은 허구의 힘이 현실을 지배한다. 마치 내 얘기인 것처럼 영화 장면에다 자신의 삶을 입혀보기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영화 속으로 빠져들지만, 개입할 수는 없다. 위기에 빠진 주인공을 영화를 보는 동안 우리가 구할 수는 없다. 주인공은 우리의 염원을 무시하고 감독이 짜준 각본대로 영화 속에서 산다.
박종화는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영화 속 같은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강력한 힘에 의해 연출된다고. 그것은 가깝게는 매스컴이나 정부 혹은 권력 집단일 수도 있고, 멀게는 신이나 우주의 질서일 것이다. 사람들은 정해진 각본(운명이나 팔자)에 따라 살아가는 것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나 생각이 제대로 구현되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는 매일매일 패배하는 것은 아닐까.
그가 그리는 영화 같은 장면들은 이런 생각을 담기 위한 시적 표현인 셈이다. 작가가 택한 배경은 실제 영화 세트 같은 분위기다. 그리고 최대한 연출된 풍경같이 보이게끔 노력한다. 카메라 앵글로 보는 듯한 구도를 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력한 연출로 이루어진 현실 속에 던져진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배역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다. 이걸 흔히 ‘팔자 소관’이라고 하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박종화의 작품에는 반전이 보인다. 현실을 보는 방향이 매우 긍정적이라는 점이다. 연출된 그림 장면에 유머도 있다. 상식을 뒤엎는 상황을 만들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이게 박종화 회화의 매력이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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