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숲
김종윤(1944∼ )
잠든 한겨울도 추스르는 몸이 있다.
녹슨 칼을 닦듯 깊고도 푸르른 눈빛
턱없이 바람만 걸려 소리 내어 울고 있다.
그 오랜 싸움 끝에 지쳐 돌아온 군단
도무지 꺾이지 않는 전의만 서려 있고
무거운 정적을 깨며 새떼 멀리 날고 있다.
-가을강 아스라하니(태학사)
견뎌야 한다
김종윤의 시조는 뼈가 굵고 단단하다. 그는 겨울숲에서 ‘녹슨 칼을 닦듯 깊고도 푸르른 눈빛’을 보기도 하고, ‘도무지 꺾이지 않는 전의만 서려 있’기도 하다. 이는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대구일보 기자도 지냈으나, 긴급조치를 위반한 ‘이적행위’로 연루돼 고초를 치르기도 한 그의 생애와도 상통한다. 그에게는 사랑도 아프고 모질게 다가온다.
“내 사랑은/흙 담/사금파리 같은 것//일테면 모진 세월/모지게 깨어져도//오로지/느린 열정의/믿음으로/껴안고 있는” -‘내 사랑은’
‘흙 담/사금파리 같은’ 사랑을 보신 적이 있으신가? 올겨울은 출발이 심상치 않은데 얼마나 추울까? 시국은 또 왜 이렇게 싸늘한가? 이 무지한 세월을 우리는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김종윤의 시를 읽으며 견뎌볼까 한다.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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