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경영체 제도는 등록 때 낮은 수준이지만 농지 등 농업자본의 소유 여부를 중요하게 본다. 그렇다 보니 농지를 소유하기만 하고 실제 경작은 하지 않는 비농민이 직불금 등 혜택을 위해 농업경영체에 등록하는 문제와 함께 농업경영에 기여하는 이들이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각종 정책에서 소외되는 문제도 나타난다.
후자의 대표적 사례가 가족종사자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농업경영정보 등록기준의 세부 내용 및 운용 규정’에 따르면 가족종사자는 1년 중 90일 이상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업인의 가족원으로서 주민등록표에 6개월 이상 연속적으로 함께 등록됐다는 사실을 증빙하면 ‘경영주외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지위가 법이 아닌 규정에 명시돼 불안정한 데다 제도적 혜택에서도 상당 부분 빗겨나 있다. 경영주 외 농업인으로 등록하면 농업인으로 인정돼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경영주와 달리 겸업을 하며 4대보험에 가입하는 경우 이 자격이 박탈된다. 같은 가구에 속한 구성원이 더 많은 지원을 받기 위해 별도의 농업경영체로 등록하는 ‘농가 쪼개기’ 배경엔 이런 문제도 놓여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업경영체 등록제 역할 재정립과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농업경영에 참여하지만 그 역할과 기여를 인정받지 못하는 경영주 외 농업인의 지위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들에게 농업인으로 인정하고 권리를 부여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공동경영주 제도도 개선이 요구된다. 해당 제도는 농업경영에 대한 여성의 기여를 인정하는 차원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현실에선 경영주 외 농업인이어야 공동경영주로 등록할 수 있어 ‘겸업 불가’ 등 경영주 외 농업인이 받는 제약을 그대로 적용받는다. 전문가들은 농촌에서 여성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공동경영주에게 실질적 혜택을 부여하는 한편, 실제 경영주로서 지위를 강화할 대책도 병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임소영 농경연 연구위원은 “경영을 함께 한다는 내용의 ‘가족경영협약서’ 작성이나 농지 공동 명의 소유 등을 통해 경영주로서 기여를 증명할 때 혜택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 전체 측면에선 향후 농업에 이바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예비농의 지위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과제다. 현재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등의 혜택을 보려면 농업경영체에 등록해야 한다. 대안으론 농업경영체에 등록하지 않았더라도 일정한 교육·훈련 등을 이수하는 경우 각종 정책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가칭 ‘예비농업경영체’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장민기 농정연구센터 소장은 “농업에서 고용 노동이 광범위하게 이뤄지지만 지위 인정이 안되는 점도 문제”라면서 “여성농·예비농과 고용종사 농업인 등의 지위를 제도·정책으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