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62대로 출발, 年 1100만대 세계로…'가전=LG' 굳혔다

2025-03-10

7일 찾은 LG전자(066570) 창원공장의 스마트파크1 라인에 들어서자 웅장한 기계음 사이로 12초마다 냉장고가 만들어져 나왔다. 성형부터 판금·발포 등 핵심 공정을 처리하는 1층 가조립 라인에서는 50여 대의 무인 물류로봇(AGV)이 600㎏에 달하는 적재함에 부품을 싣고 부지런히 움직였다. 공장 바닥에 깔린 작은 QR코드가 필요한 부품이나 부족한 자재 정보를 보내면 AGV가 이를 인식해 움직였다.

천장에 달린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부품이 조립 라인에 도착하면 로봇팔이 쉴 새 없이 용접과 조립을 반복했다. 하루에 생산되는 냉장고는 2000여 대. 오븐과 식기세척기 등 키친 제품,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포함하면 연간 1100만 대가 넘는 생활 가전이 이곳에서 생산돼 세계 각지로 팔려나간다.

◇부품 경쟁력이 곧 제품 경쟁력…외주는 없다=창원공장은 LG전자가 금성사로 출범해 세계 1위 가전 기업에 올라서기까지 역사가 집약된 공간이다. 금성사는 외제 라디오와 수입 TV가 국내시장을 지배하던 1958년 라디오 국산화를 결심한 연암 구인회 창업회장의 결단에서 출발했다. 1년여의 노력 끝에 출시된 국산 라디오(A-501)는 한국 전자 산업의 태동을 알렸다.

1962년 금성사는 라디오 62대를 미국에 처음으로 수출했고 그해 3592대의 라디오를 미국에 팔았다. 이후 금성사는 선풍기(1960년), 냉장고(1965년), 흑백 TV(1966년), 세탁기(1969년) 등 가전 산업에서 ‘국내 최초’ 수식어를 휩쓸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1976년 창원공장을 준공하면서 가전 사업의 위상은 한 단계 높아졌다. 냉장고와 세탁기·에어컨 등 백색가전뿐 아니라 컴프레서(기체 압축기)와 모터 등 가전의 ‘심장’ 격인 핵심 부품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종합 가전 생산기지가 꾸려진 것이다. 준공식 당시 구 명예회장은 “냉장고의 컴프레서 제품까지 완전 국산화할 것이고 기종도 다양하게 개발해 전기 부문의 새로운 비약의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가전 부품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절대 외부에 맡기지 않는 LG전자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1973년 국내 최초 냉장고용 컴프레서 생산, 1998년 세계 최초 세탁기용 DD모터 상용화 등 가전용 모터·컴프레서 기술에서 압도적 위치를 굳힌 힘이기도 하다. 2017년 창원에 1500억 원을 투입, R&D센터가 건설돼 뿔뿔이 흩어진 연구 인력 간 시너지도 극대화됐다. ‘가전은 LG’라는 수식어의 원천인 셈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가전 업체 중 모터와 컴프레서를 직접 개발·생산하는 곳은 드물다”며 “인건비나 비용 부담에도 프리미엄 가전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기반”이라고 평했다.

◇불편 해결 위한 新가전…1위 역전 발판=LG전자 가전 사업이 글로벌 1위가 된 배경에는 백색가전의 강자에 만족하지 않고 고객 불편을 해결하는 도전적인 신제품 개발에 뛰어든 것도 한몫했다. 건조기와 스타일러·무선청소기 등은 LG전자가 2010년대 이후 시장을 개척한 제품군이다. 일체형 세탁건조기, 신발관리기, 식물재배기 등 2020년 이후에도 신가전 출시는 활발하다.

신가전 개발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강조한 “고객의 ‘페인 포인트(불편 사항)’를 집요하게 파고들자”는 경영 철학과도 맥이 닿아 있다. 소비자 심리를 정확히 꿰뚫고 이를 제품에 반영하자는 구 회장의 지론이 스타일러와 신발관리기, 일체형 세탁건조기로 이어졌다.

신가전 덕분에 LG전자는 백색가전 정체기에도 성장을 이어갔고 특히 건강과 위생에 대한 관심이 커진 코로나19 시기 신가전 판매율은 매년 두자릿수씩 상승했다. 그 결과 LG전자 가전사업부 매출은 2021년 처음으로 글로벌 최대 가전 업체인 월풀을 역전했고 지난해 격차를 11조 원까지 벌리며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가전 회사로 발돋움했다. LG전자는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는 인도에서 가전제품마다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면서 사랑받는 국민 기업으로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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