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러 만든 LG 발명왕 "R&D엔 실패 없다"

2025-03-10

“연구개발(R&D)에는 실패가 없습니다. 당장 성과가 없어도 다른 제품에 언제든지 적용할 수 있거든요.”

김동원(사진) LG전자(066570) HS기반기술연구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전 R&D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이렇게 소개했다. 김 소장은 트롬 스타일러와 트롬 트윈워시 등 신가전 개발을 주도한 기술통이다. 이들 제품은 기존에 없던 시장을 만들어낸 대표적 ‘혁신 사례’로 꼽힌다.

김 소장은 세상에 없던 가전 개발의 시작점은 ‘고객의 불편함을 상상해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스타일러는 ‘매번 빨기 힘든 옷을 세탁소에 맡기는 번거로움을 어떻게 해소할 순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트윈워시도 옷에 따라 소재별로 여러 번 세탁기를 돌리는 불편함을 해결하려다 고안됐다.

아이디어가 생겨도 구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통상 가전제품의 선행 연구개발 기간은 1년이지만 스타일러와 트윈워시는 8년 넘게 걸렸다. 개발을 완료해도 고객 조사 과정에서 원하는 성능이 나오지 않으면 이를 보완할 기술을 연구해야 했다.

김 소장은 “스타일러 실험을 위해 일부러 담배·삼겹살 냄새를 옷에 묻히는 과정을 반복했는데 주변의 항의를 많이 받았다”면서 “트윈워시는 진동 테스트를 많이 했는데 ‘도대체 뭘 하길래 건물 전체가 울리느냐’는 원성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을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김 소장이 쌓아 올린 특허 실적에서 입증된다. 가전사업부 ‘발명왕’으로 불리는 그는 1996년 입사 후 1000개가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재직 기간으로 단순 환산해도 일주일에 한 개 꼴이다.

김 소장은 “스타일러는 2011년 출시됐지만 초기 특허는 1990년대부터 출원했고 2015년 출시된 트윈워시도 첫 특허는 1998년 제출했다”며 “당시에는 기술이나 소음 문제로 사업화에 이르지 못했지만 결국 성과를 봤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가전 업체들의 거센 추격에 대해 김 소장은 “내수 시장이 워낙 크고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중국의 특성을 살려 기술력이 상당하다”고 평했다. 그는 이어 “중국을 계속 앞서 나가려면 돈을 더 지불해도 아깝지 않은 차별적 기술과 가치를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며 “에너지 절감과 제품 성능을 개선한 ‘코어테크’ 등 핵심 기술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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