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혁명이란 이런 것... 리차드 밀이 공개한 2종의 새로운 기함 [더 하이엔드]

2025-04-24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리차드 밀(Richard Mille)이 새 시계 2종을 발표했다. 이 브랜드에서 보기 드문 직사각형 케이스를 사용한 ‘RM 16-02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과 금박과 쿼츠 TPT®을 합친 신소재로 만든 ‘RM 74-02 오토매틱 투르비용 골드 쿼츠 TPT®’다. 두 모델 모두 최신 기술과 미래지향적 디자인을 결합한 제품이다.

리차드 밀은 2001년 첫 모델을 내놓으며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들은 스위스 시계 제작 전통을 따르는 대신 기술 혁신과 실험 정신을 내세우며 짧은 시간 안에 최고급 시계 제조사가 됐다. 항공·우주 산업에 쓰이는 소재를 가져오거나 F1 레이싱 차량의 엔진처럼 무브먼트를 설계하며 명성을 얻었다.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을 위해 만든 시계엔 케이블 형태 ‘서스펜션’을 탑재해 메커니즘 혁명을 일으킨 바 있다.

흔치 않아 더 특별한 사각 시계

RM 16-02 오토매틱 엑스트라 플랫(이하 RM 16-02)은 그 이름처럼 로터의 회전으로 동력을 축적하는 오토매틱 방식이며 편평하고 납작한 직사각형 케이스가 특징인 시계다. 직선이 주는 강인함과 사각 형태 고유의 모던한 느낌을 고루 갖췄다.

이 시계는 직사각 형태이자 브랜드의 첫 초박형 모델인 RM 016의 후속작이다. 전작의 특징을 이어가는 만큼 리차드 밀은 이번 RM 16-02 모델의 케이스를 9.5mm 두께로 만들었다. 리차드 밀 시계 중에서 얇은 편이다. 크기 역시 기존 제품보다 10% 줄여 36x45.65mm로 내놨다. 얇은 두께에 크기까지 작아져 여성에게도 잘 어울린다.

케이스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는 요소는 인덱스다. 이는 다이얼 위에서 시간을 알려주는 숫자나 눈금을 뜻한다. 리차드 밀은 디지털 암호처럼 디자인한 아라비아숫자 인덱스를 크리스털 다이얼 위에 새겼다. 그리고 가느다란 실로 숫자를 꿰듯 인덱스 전체를 두 줄의 선으로 연결했다. 인덱스가 투명 다이얼 아래로 드러난 무브먼트와 함께 얽힌 모습은 말 그대로 압권이다.

리차드 밀 측은 “시간의 흐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것으로 착용자에게 시간을 해석하는 즐거움을 주고자 했다”고 디자인 의도를 밝혔다.

강력한 새 심장을 이식하다

리차드 밀은 RM 16-02에 탑재된 무브먼트 CRMA9도 새로 만들었다. 새 시계 한 가지를 내놓기 위해 무브먼트를 새로 만드는 건 브랜드 입장에서 큰 투자다. 새 심장은 브랜드의 15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오픈워크 구조가 특징이다. 크고 작은 부품을 조립하고 고정하는 공간인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에 구멍을 내 톱니가 있는 작은 부품이 맞물려 움직이는 모습을 시계 앞뒤로 볼 수 있다.

무브먼트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인 밸런스 휠의 규칙적인 진동을 돕는 ‘가변 관성 프리(free) 스프렁 밸런스’, 동력 축적(파워리저브) 성능을 끌어올리는 ‘고속 회전 배럴’ 등 리차드 밀을 대표하는 혁신 기술 역시 이 무브먼트에 담았다. 회전을 통해 배럴(태엽통)에 동력을 저장하는 부품인 로터는 묵직한 플래티넘으로 만들고, 양쪽에 티타늄 웨이트를 달았다. 로터는 양방향으로 움직이지만, 특정 방향으로 돌 때만 동력을 축적한다. 부품의 원활한 작동과 에너지 전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RM 16-02는 두 가지 케이스 버전으로 선보인다. 하나는 마이크로 블라스트 공법으로 표면에 강성을 더하고 새틴 브러시드 가공 처리로 금속의 질감을 살린 5등급 티타늄 소재 케이스, 다른 하나는 브랜드가 독자 개발한 신소재인 테라코타 쿼츠 TPT® 버전이다. 쿼츠 TPT®는 이산화규소를 정제하고 가공해 만든 실리카 섬유를 층층이 쌓아 압축한 복합 소재다. 가볍고 내구성이 좋으며, 자성에 영향을 받지 않아 항공기, F1 차량 등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층을 쌓아 만든 탓에 독특한 무늬를 지닌 것도 이 소재의 특징이다.

소재 혁명의 주역 쿼츠 TPT®

리차드 밀이 새로 공개한 또 다른 시계는 RM 74-02 오토매틱 투르비용 골드 쿼츠 TPT®(이하 RM 74-02)다. 복합 소재인 쿼츠 TPT®와 금박(gold leaf)을 결합한 ‘골드 쿼츠 TPT®’로 케이스를 만든 투르비용 모델이다. 투르비용은 시간 측정에 방해가 되는 중력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장치로, 기계식 시계 분야에서 하이 컴플리케이션 모델에 속한다.

앞서 소개한 RM 16-02 모델에도 사용된 것처럼 쿼츠 TPT®는 리차드 밀을 대표하는 케이스 소재다. 스위스 복합 소재 전문 기업인 노스 신 플라이 테크놀로지(North Thin Ply Technology) 사와 리차드 밀이 함께 다년의 연구 개발 시간을 들여 만들었다.

쿼츠 TPT®는 여러 단계를 거처 완성된다. 실리카를 매우 가는 섬유 형태로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만들어진 섬유를 자동화 기계에 넣고 최소 600겹까지 쌓아 올린다. 층을 쌓을 때마다 기계의 방향은 45도씩 바뀐다. 리차드 밀은 실리카 섬유 한 겹의 두께가 45마이크론(µm, 0.001mm)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참고로 사람 머리카락의 평균 굵기는 약 50~100마이크론이다. 층을 만드는 동안 레진도 첨가한다. 층을 이룬 섬유를 고정하는 동시에 강성을 더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만든 섬유층의 무늬는 물결을 연상시킨다.

제조 과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도톰하게 만든 섬유층을 고압처리기에 넣고 6바의 압력과 120℃의 온도에서 가공해야만 비로소 케이스 소재가 된다. 새 시계 RM 74-02에 사용된 골드 쿼츠 TPT®는 실리카 섬유층을 쌓는 과정에서 금박 형태로 만든 22캐럿 로즈 골드를 추가해 만든다. 완성된 골드 쿼츠 TPT®의 표면엔 금빛 물결이 일렁인다. 정교하게 직조한 직물 느낌도 난다.

부품까지 귀한 금으로 만들어

CNC 기계로 정확하게 깎아낸 토노 형태 케이스 안에는 리차드 밀의 인하우스 무브먼트인 오토매틱 투르비용 칼리버 CRMT5가 탑재된다. 꼭 필요한 부분만 남긴 채 깎아 뼈대를 드러낸 스켈레톤 무브먼트에서 건축미를 느낄 수 있다. 무브먼트 주요 부품까지 귀한 소재를 사용한 점이 흥미롭다.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는 각각 18캐럿 레드 골드와 옐로 골드로 만들었고, 동력을 축적하는 로터는 레드 골드와 플래티넘 소재를 결합해 완성했다.

CRMT5 무브먼트에 탑재된 로터는 가변 지오메트리 방식이다. 리차드 밀이 고안한 메커니즘으로, 시계를 착용하는 사람의 활동량에 맞춰 에너지 축적을 조절한다. 활동량이 많은 경우엔 로터 회전을 줄이고, 반대 경우엔 늘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저장된 에너지는 약 50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시곗바늘을 돌린다. RM 16-02 모델을 통해 소개한 가변 관성 프리 스프렁 밸런스, 고속 회전 배럴 등의 장치도 이 무브먼트에 실렸다.

스켈레톤 형태로 무브먼트를 만든 만큼 수공 장식에도 힘썼다. 뼈대 가장자리 경사면에 폴리싱 가공 처리를 해 손목의 각도에 따라 반짝이는 효과를 냈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각각 다르게 나타나는 골드 쿼츠 TPT®는 케이스 상단(베젤 부분)과 백케이스에 쓰였고, 미들 케이스라 불리는 측면은 18캐럿 레드 골드로 만들었다. 세 부분으로 이뤄진 케이스는 리차드 밀을 대표하는 ‘스플라인 스크루’로 단단하게 고정된다. 케이스 크기는 52.63x34.4mm, 두께는 13.05mm다.

이번 신제품은 지난해 공개한 골드 카본 TPT® 소재의 RM 74-02 모델의 후속 제품이다. 쿼츠 TPT®대신 카본 섬유를 사용한 제품으로 탑재된 기능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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