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만화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격주 금요일 오후 찾아옵니다.
‘민간인 통제선’은 남한과 북한 사이 비무장지대(DMZ)의 남방한계선 남쪽 민간인의 출입이 제한된 경계선을 뜻합니다. 통상 ‘민통선’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출입이 금지된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혹시 전투복 가슴에 ‘민정경찰’이라는 표식을 단 군인을 보신 적이 있나요. 이들은 비무장지대 안쪽 남북의 최전방 감시초소 ‘GP’에 근무하는 육군 수색대원들입니다. 비무장지대는 공식적으로 무장병력이 들어갈 수 없기에 남북 모두 ‘경찰’ 신분으로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지요. 이번주 소개할 웹툰은 OSIK 작가의 데뷔작 <민간인 통제구역>입니다.
<민간인 통제구역>은 GP에서 은폐된 총기사고와 내부 부조리를 다룬 작품입니다. 꼭 GP에서 근무하지 않았더라도 군복무를 한 사람이라면 소름이 오소소 돋을 만큼 현실감 넘치게 군생활을 재현했습니다. GP와 민통선 내부, 총기와 장구류, 병영생활 등이 거의 완벽한 고증에 가깝습니다. 세밀한 흑백 작화가 무척 공들인 티가 납니다.
작품 아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온다”는 댓글이 호들갑만은 아닙니다. 민태홍 병장, 조충렬 이병, 이혁 이병, 하성민 일병, 서재훈 일병, 김승준 병장, 송하랑 이병, 강호산 병장의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각자의 입장과 심리를 치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민태홍 병장이 자신보다 두 살이 어린데도 거인처럼 느끼는 조충렬 이병, 그런 조충렬 이병보다 돋보이려 애쓰는 이혁 이병, 속내를 숨기고 ‘줄타기’를 하는 송하랑 이병까지, 특히 군대라는 ‘계급사회’ 최하층의 심리를 기막히게 포착합니다.
GP가 은폐한 총기사고에 군대의 경찰 격인 헌병대와 국가정보원 격인 기무대가 끼어들면서 긴장감이 팽팽한 스릴러로 변합니다. 총기사고는 군복무를 한다고 모두 경험하는 사건은 아니겠죠. 하지만 모두를 공범으로 만드는 부조리의 논리는 군복무를 한다면 누구나 경험한다고 확신합니다. “진실은 감출수록 좋을 때도 있는 거야” “중대장은 너희에게 실망했다” “소대는 가족이잖아” 등의 대사가 사실적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입체적인 인물들이 더 입체적인 관계를 만들며 파국을 향해 사납게 몰아쳐가는 서사가 압권입니다.
등장인물이 많지만 주인공은 하성민 일병입니다. 그의 정의감은 가슴 아픈 가족사로 만들어진 것이죠. 하성민은 ‘기강 교육’ 명목으로 폭력을 휘두르며 “나도 나쁜 선임 되기 싫다”고 말하는 동기 서재훈에게 “아니, 너 그거 속으론 즐기고 있는 거야”라고 일침을 놓습니다. “그렇게 잡힌 기강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가? 아니다. 실제 상황이 터지면 그런 건 모두 사라진다. 모두가 어리바리해지고, 모두가 혼란에 빠진다.”
<민간인 통제구역>은 전체 74화로 완결됐습니다. 후속작인 <민간인 통제구역-일급기밀>은 기무대 수사과장 박두일이 주인공으로 헌병단 수사장교 시절을 다뤘습니다. 정의감 넘치던 박두일이 어떻게 부패한 군인으로 변했는지 궁금하다면 추천합니다. 두 작품 모두 네이버웹툰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