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통해 매달 300만 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가 등장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시행된 지 37년 만의 일이다.
24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노령연금(노후 수급 연령에 도달해 받는 국민연금) 수급자 중 월 300만 원 이상을 받는 첫 번째 사례가 나왔다. 1988년 국민연금제도 도입 이후 처음이다.
이 수급자가 3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제도 초기에 가입해 30년 이상 보험료를 납부하며 장기 가입자의 혜택을 누린 점과 함께 ‘노령연금 연기제도’를 활용해 연금 수령 시기를 5년 늦춘 점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연금 수령 시기를 연기하면 매년 7.2%(월 0.6%)씩 연금액이 가산된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최소 10년(120개월) 이상 보험료를 납부해야 수급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납부 기간이 길수록, 납입 보험료가 많을수록, 제도 시행 당시의 ‘소득대체율’이 높을수록 연금 수령액이 커진다.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이 은퇴 후 생애 평균소득의 몇 퍼센트를 보장해주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1988년 제도 도입 당시에는 40년 가입 기준 70%였다. 하지만 고령화와 기금 고갈 우려로 인해 개혁을 거듭하면서 1998년 60%로 낮아졌고, 2008년 이후 매년 0.5%씩 감소해 2028년에는 40%까지 내려갈 예정이다. 현재 소득대체율은 41.5%(2025년 기준)다.
연금 연기제도는 연금 수급권자가 본인의 선택에 따라 연금 수령 시기를 최대 5년까지 늦추고 그에 따른 연금액 가산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다만 전문가들은 연금 수령 시기를 무조건 늦추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경고한다. 연금 수령 시기가 늦어질수록 금액은 커지지만 수령 기간이 줄어드는 만큼 최종 수령액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기 연금 신청은 건강 상태, 소득 수준, 평균 수명 등을 면밀히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300만 원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비교해 부족한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공적연금 제도 간 격차와 해소 방안’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노령연금 수령액은 53만 원이었다. 2024년 9월 기준으로도 월평균 수령액은 65만4471원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시기 퇴직 공무원의 월평균 퇴직연금 수령액은 248만 원으로 국민연금의 약 4배에 달했다. 이러한 격차는 가입 기간, 보험료 납부액, 연금 지급률 등 제도적 차이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