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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국민 스포츠는 미식축구다. 미식축구 시장 크기는 유럽 축구 4대 리그를 합친 것보다 크다. 따라서 가장 거대한 스포츠 이벤트는 미식축구 결승전인 슈퍼볼이 된다. 음악계에서도 슈퍼볼은 매년 화제다. 전후반 중간의 하프타임 쇼 때문이다.
2025년의 주인공은 켄드릭 라마였다. 솔직히 큰 인상은 못 받았다. 켄드릭 라마는 현대 힙합의 왕이다. 이걸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장르가 무엇이든, 메시지가 어떻든 반주 테이프 틀고 하는 라이브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같은 힙합이라면 닥터 드레, 스눕독, 에미넘, 켄드릭 라마가 함께 나온 2022년이 훨씬 근사했다.
반주 테이프를 한국에서 ‘MR’이라고 한다. 콩글리시다. 잘 만든 콩글리시이기도 하다. 뮤직 레코디드(Music Recorded)를 줄였는데 그럴듯하다. 정확한 표현은 인스트루멘털(instrumental)이다. 녹음된 연주로 해석하면 맞는다.
원래 하프타임 쇼의 성격은 지금과 달랐다. 프로 아닌 아마추어의 영역이었고 대학 마칭 밴드나 군악대가 출연했다. 변화의 시작은 1990년대부터였다. 동시간대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당대 최고 팝 스타를 섭외한 것이다. 그중 마이클 잭슨의 1993년 쇼는 지금도 전설로 회자된다. 이에 견줄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하나, 2007년의 프린스(사진)뿐이다.
하프타임 쇼 당일 비가 오자 프로듀서가 물었다고 한다. “비 오는데 괜찮겠어요?” 프린스의 대답이 걸작이다. “더 내리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프린스는 역사에 길이 남을 ‘퍼플 레인’ 라이브를 선보였다. 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세계 최고 기타리스트는?”이라는 질문에 에릭 클랩턴이 “프린스에게 물어봐요”라고 했다는 것이다. 도시 전설이다. 클랩턴은 저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참고로 도시 전설을 영어로 하면 어반 레전드(Urban Legend)다. 이것은 콩글리시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