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어르신들과의 설레는 만남

2025-05-21

나는 서울시 ‘교실로 찾아가는 다문화교실’ 강사로, 올해부터 어르신 대상 강의를 하는 기회를 얻었다. 지금까지는 유치원생, 초중고생, 대학생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에 처음으로 해볼 일반인 대상 강의를 앞두고 설레기도 했고 걱정도 되었다. 어르신들이 궁금해할 수 있는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을지, 어르신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긴장을 많이 했다. 게다가 연령대에 따라 관심사나 반응 방식이 달라서 수업 분위기를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도 고민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통해 나 자신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드디어 그날이 왔다. 나는 강의를 잘 준비하기 위해 복지센터에 30분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복지센터를 한 번 둘러보았다. 내가 한국의 복지센터에 가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센터에는 다양한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여 붐비고 있었다. 어떤 분들은 행정 처리를 기다리고 계셨고, 어떤 분들은 커피나 차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고 계셨다. 그분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센터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고, 잘 꾸며져 있었으며, 운영과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내 수업이 시작되었고 어르신들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고 동영상이나 사진, 전통용품을 보며 감탄하셨다. 전통 의상을 직접 입어본 분들도 계셨다. 우즈베키스탄은 잘 알려진 나라가 아니어서인지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의 특징과 우즈베키스탄에 사는 고려인들에 대해 궁금해하셨다. 우리는 한국과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르신들은 특히 우즈베키스탄의 문자, 언어, 그리고 다문화 공존에 대해 큰 흥미를 보이셨다. 우즈베키스탄은 고유의 문자를 끝내 유지하지 못하였으며, 역사적 배경과 지역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고려할 때, 여러 문화권에서 문자를 받아들여 사용해 왔다. 특히 중앙아시아 지역은 예로부터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며 살아온 곳으로 다언어·다문화의 교차로 역할을 해왔다. 이러한 특성은 오늘날 세계 여러 지역에서도 점차 보편적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의 개념이 점점 희미해지고 많은 나라가 다민족·다문화·다언어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 이렇게 역동적인 세상에서 언어와 문화를 보존하고 그 정체성을 지켜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다양한 배경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현재 및 미래 시대에 꼭 필요한 태도임을 느꼈다. 이러한 점에서 어르신들과의 대화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서로 다른 문화를 교류하는 소중한 기회가 했다. 그 만남은 상호문화적 공감과 이해의 가능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었다.

얼마 전 같은 센터에서 다시 강의 요청이 들어왔다. 지금까지 어르신 대상 강의를 몇 번 해봤고 이번 달에도 강의를 나간다. 이런 강의 경험은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강의를 좀 더 많이 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를 통해 어르신들에게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나누고, 나 또한 그들의 지혜에서 많은 교훈을 얻고 싶다. 이것은 상호문화교육이 강조하는 ‘서로에게서 배우기’와 그 맥을 같이 한다. 우리의 문화는 달라서 배울 게 있고 서로에게서 배우면서 우리는 더 폭넓은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다문화사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지혜이다.

사하부트지노바 루이자 조이로브나 남서울대학교 조교수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