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다 뱉는 별이, 쓰다
손톱의 궤도에서 살피는 행성들
곱씹는 세상을 별 씹다 만나다니!
잎 떨군 사시나무 아래서
더 잘 드러나는 별들은
이제야 이슬 젖은 옷을 걸친다
그래, 이제 겨울이 멀지 않았으니
서두르지 말라고 촘촘히 보내오는 경고
코를 빠트린 뜨개실처럼
나는 무수한 이별과 마주하겠지만
제 발로 사라진 별 뒤에
또 뜨는 별이 있다는 사실에
은실 스웨터를 다시 푼다
어제 잘못 불었던 바람을
오늘이라는 둥근 실타래에
기다리는 첫눈인 양 되감아 놓는다
◇오상연= 경북출생. ‘서정문학’ 시인상으로 등단. 서정문학 작품상, 서정문학 작가협회회원 ‘형상시학회’ 사무국장. 시집: 「그리워할 수 있었음에」, 「정오의 붓꽃」이 있음.
<해설> 은사시나무 잎이 떨어지고 나니, 더 많은 별이 잘 보인다는 평범한 직관 하나가 이 시를 죽음을 다룬 시인지, 사랑이 주제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한다. 서리에 잎이 지는 조락의 계절을 배경을 두고 쓰인 시인 건 틀림없다.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시인은 꿈꾸던 어떤 사랑이 떠남에 입맛도 마음조차도 쓴맛이다. 그러니까 그 사랑을 위해 실로 뜨던 스웨터를 다시 풀고 만다는 이별 감정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절망은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제 발로 사라진 별 뒤에/또 뜨는 별이 있다는 사실에/은실 스웨터를 다시 푼다“라며 너스레를 떨어 본다. 푼 은색의 실을 실타래에 다시 감아놓는 것은, 심정적으로 첫눈같이 반가운, 곱씹지 않아도 되는, 포근한 세상을 시인은 꿈꾸고 있는 것이리라. -박윤배(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