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취업·연애·이직 운명에 묻는 MZ들의 '운세 소비'
"지나친 의존 없이 긍정적으로 활용하는 현명함 필요"
[서울=뉴스핌] 최수아 인턴기자 = #1. 이세은(25)씨는 매일 아침 포스텔러, 점신 등 운세 서비스 앱에서 '오늘의 운세'를 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앱은 가벼운 참고용이고, 진짜 고민 상담을 해야 할 땐 운세 전문가를 찾아간다. 취업 전에는 진로 상담을 위해, 취업 후에는 업무상 고민이나 퇴사 상담을 위해 사주와 신점을 찾았다.
#2. 박지연(25)씨는 대학원 진학 전 진로 상담을 하러 사주를 보러 갔다. 그는 "역술가가 제게 공부가 안 맞을 거라고 말했는데 지금 와보니 맞는 말 같다"면서 웃었다.
#3. 직장인 김서영(27)씨는 "나의 적성과 능력을 기반으로 잘 맞는 직업을 이야기해주니까 내가 이 길이 맞나 고민이 들 때마다 확신을 얻고 싶어 찾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진로와 직업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운세를 찾는 모습은 어느새 20대 청년들 사이에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자신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사주와 타로는 이제 단순한 미신이 아닌 현실적 상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진학, 취업, 연애, 이직 등의 고민이 있을 때 사주를 보러간다. 김서영 씨는 "쉬는 날에는 친구들과 같이 보러 간다. 친구들의 사주풀이를 들으면 재밌기도 하고 용하다는 곳은 서로 소개해준다"고 말했다.
이세은 씨도 "혼자 상담하면 그냥 넘겨짚어서 맞추는 건 아닐지 의심이 드는데 친구 얘기를 맞추면 신빙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쉬는 날 친구와 '사주 약속'을 잡는다고 했다.
올해로 13년째 사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60대 최모 씨는 방문하는 손님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청년이라며 "요즘은 사주를 보고 간 청년들이 부모님을 모시고 한번 더 방문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2020년대부터 청년들의 최대 고민 상담 부문이 '진로'로 바뀌었다며 젊은 세대의 진로에 대한 불안을 그 이유로 짚었다. 그는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서, 취업은 했는데 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아 상담을 하러 온다"며 "20대 후반에 대학을 다시 가거나, 자격증을 따서 재취업을 하거나, 전문직에 도전하려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사주 상담에 의존하며 자기 결정권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에 대해 청년들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이들은 "이미 답은 정해져 있다"며 "사주는 결정에 확신을 더해줄 뿐"이라고 말했다.
얼마 전 퇴사한 이세은 씨는 "사주가 퇴사 등 인생에 중대한 결정을 내려주진 않지만 원래 하려던 행동에 있어 확신을 실어준다"며 사주 상담을 "대화를 통해 생각을 명확히 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에 진학한 박지연 씨도 사주 상담이 참고용이자 스트레스 상담 비용이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인생에 고민거리가 있을 때 누군가에게 조언을 얻고 싶어 가는 정도"라고 했다.
김서영 씨도 "결정할 때 사주나 점괘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는 않는다. 직접 겪은 경험적 근거를 통해 결정하는 편이다"며 "사주는 재미와 (결정에 대한) 확신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진로 상담을 위해 사주를 보러 가는 현상의 원인을 '노력한 결과의 불확실성'이라고 진단했다.
곽 교수는 "결과가 어느 정도 가늠되는 상황이면 자신의 노력에 집중하겠지만 상황이 불확실하다 보니 운이나 미신에 의존하게 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좋은 말을 들으며 위안이 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부정적인 말을 듣고 진로를 바꾼다든지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 문제이다. 의존하다 보면 지나친 중독에 빠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사주나 운세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며 "사주나 운세를 보며 재미를 얻거나 더 노력하면 성공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현명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geulma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