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분자 3개로 이뤄진 삼각형의 모양 변화를 분석해 그 안에 일어나는 양자적 현상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UNIST 신소재공학과 신형준 교수팀은 물 분자의 집단 회전 운동이 양성자 터널링을 강화한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입증했다고 10일 밝혔다.
양성자 터널링은 양성자(H+)가 에너지 장벽을 넘는 대신 이를 직접 투과하는 양자역학적 현상으로, 화학 반응 속도, DNA와 같은 생체분자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물 분자의 회전 운동이 활성화되면, 분자 간 거리가 조절되면서 협동성이 증가하고 그 결과 양성자 터널링이 촉진된다. 협동성 증가에 따라 물 분자 3개의 양성자(H+)가 집단적으로 에너지 장벽을 뚫고 가는 것이다.
연구팀은 물 분자 3개로 삼각형을 만들고 이 삼각형의 모양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분자를 하나씩 움직여 원하는 모양으로 배치하고 그 모양 변화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이라는 첨단 분석 기술을 사용했다.
물 분자는 소금 박막에 위에 배열해 고정했으며, 초고진공(10-11 Torr)과 초극저온(영하 268.75°C~257.15°C) 상태를 유지해 분자들이 증발하지 않게 했다.
소금 박막 위에 올려진 물 분자 삼각형은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찌그러진 형태(이성질체)를 보였는데, 찌그러진 방향이 수시로 바뀌었다. 이는 저온 상태에서도 자연적으로 양성자 터널링이 일어나고 있다는 관찰 증거다.
이 상태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의 탐침으로 물 분자 삼각형에 특정 전압을 가한 경우 찌그러진 물 분자 삼각형이 정삼각형에 가까워진 형태로 변했다. 전압으로 활성화된 분자의 회전운동이 물 분자간의 거리인 수소 결합 길이를 조절한 결과이며, 이 같은 삼각형 구조변화로 인해 분자 간 협동성이 강화되고 집단적 양성자 터널링이 일어나게 됐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 물 분자 삼각형의 모양 관측 외에도, 이론계산, 중수소 물(D2O)과 일반 물(H2O)의 터널링 속도 비교 분석 등 추가 실험을 수행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김요한 박사와 한희준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진은 “물은 분자 간 협동성과 양성자 터널링 간의 상관관계를 실험적으로 분석하기 좋은 도구지만, 물 분자들끼리의 강한 수소 결합으로 인해 이 같은 실험이 쉽지 않았다”며 “물 분자 3개만을 떼어내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교신저자인 신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물 분자의 회전운동과 분자 간 협동성이 양성자 터널링을 조절할 수 있는 주요 요인임을 실험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이 연구 결과는 화학 반응, 촉매, 에너지 변환 과정에서 새로운 반응 조절 기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나노 레터스(Nano Letters)에 2월 12일자로 출판되었다. 연구 수행은 중견연구자지원사업, 기초과학연구원의 지원으로 이뤄졌다.
이남주 기자
[저작권자ⓒ 울산종합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