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 내 카톡도 업데이트됐어.” 카카오톡이 원치 않게 업데이트가 됐다. 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가 역대 최악이라는 평을 듣고, 업데이트를 누르지 않고 버티고 있던 참이었다. 가나다순으로 정렬됐던 전화번호부 대신 인스타그램 피드처럼 사진이 주르륵 떴다. 취재원이 러닝을 하는 사진, 그다지 친하지 않은 동창의 아기 사진이 보였다. 알고 싶지 않았던 TMI(과도한 정보)들을 보다가 다른 사람 카톡에도 내가 이렇게 뜰까 싶어서 얼른 모든 사진을 비공개로 돌렸다.
인스타그램을 따라 하려다 혹평만 듣고 있는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보며 싸이월드가 생각났다. 1990년대 초반에 태어난 내게 첫 SNS는 싸이월드였다. 초등학생 때 계정을 만들어서 대학생 때 페이스북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미니홈피를 꾸미고 용돈으로 도토리를 사 모았다. 작년에는 싸이컴즈라는 회사가 싸이월드 부활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케팅 책임자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SNS와 싸이월드의 차별점은 뭔지 물어봤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는 “싸이월드는 뭐가 있어서 다른 것이 아니라 피드가 없어서 다르다”고 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앱을 열면 피드에 여러 사람의 소식이 섞여서 다 나오죠. 그런데 거기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많거든요. 과거의 싸이월드는 상대방 근황을 보거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미니홈피를 방문해야 했어요. 그냥 자동으로 내 피드에 뜨는 게 아니라요. 그 사람이 궁금할 때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성의와 그 정도의 애정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그의 말을 듣고서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넘어오면서 내가 뭘 잊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싸이월드는 서로 정성을 쏟게 만드는 수고스러운 SNS였다. ‘일촌’들의 미니홈피를 방문하고 서로 방명록이나 일촌평을 남기는 것이 싸이월드에 들어가면 거치는 루틴이었다. 친한 척을 하고 싶은 친구에게는 별것도 아닌 내용을 비밀글로 남겼다. 일촌이 방명록을 남겨주면 일부러 내 미니홈피에 찾아와준 것을 알아서 더 고마웠다. 디지털 시대의 사회화 과정을 싸이월드를 하면서 거쳤던 것 같다.
자동으로 뜨는 피드 덕분에 서로 소식을 더 편하게 알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아쉬운 점이 많다. 누군가를 먼저 찾아가고 안부를 묻는 습관이 사라졌다. 쓰지 않은 근육이 퇴화하는 것처럼. 자동으로 소식을 전해주는 피드 때문에 오히려 소통을 덜 하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랄까.
편한 것을 먼저 찾게 되는 것이 현실이지만, 싸이월드 같은 SNS가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 원치 않는 TMI를 자동으로 뿌려대는 SNS가 아니라 일부러 찾아가서 안부를 물어야 하는 수고스러운 SNS 말이다. 인터뷰했던 싸이컴즈는 자금난 탓에 싸이월드 부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싸이월드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볼 수 없게 된 사진 겸 흑역사가 170억건이라고 한다. 싸이월드에 남겨진 사진보다 서로 정성과 애정을 보일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싸이월드가 그립ㄷ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