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도민들의 ‘소울푸드’인 제주산 돼지고기가 국내 최초로 싱가포르와의 축산물 수출길을 열었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 등에 따르면 전날 열린 한국-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로런스 웡 총리가 ‘제주산 한우고기·돼지고기 싱가포르 수출’에 공식 합의했다. 이번 수출 합의로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한 싱가포르 축산물 수출지역이 됐다.

싱가포르는 세계적으로도 위생·검역 기준이 엄격한 국가로 꼽힌다. 축산물 수입 전제조건으로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의 구제역 청정지역 인증 등을 요구한다. 제주도는 지난 5월 29일 국내 최초로 인증을 획득했고, 지난 8월 싱가포르식품청(SFA)의 현지실사를 거쳐 제주 지역 수출작업장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았다.
SFA의 승인을 받은 곳은 제주축산농협 축산물공판장(도축장), 제주양돈축산업협동조합 축산물종합유통센터(도축장), 서귀포시축협산지육가공공장(가공장), 대한에프엔비(가공장) 등 4곳이다. 이들 수출작업장은 최근 위생 설비와 시스템을 대폭 보강해 도축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수출 체계를 갖췄다.
제주도는 싱가포르 수출 성사가 청정 사육환경과 과학적 방역시스템을 갖춘 제주 축산물의 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공인받은 것으로 본다. 싱가포르 바이어들은 이번 수출 협상을 전후로 제주 지역 업체들과의 접촉에 나선 상태다.

예부터 제주인의 소울푸드로 꼽혔던 제주도 돼지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흔히들 ‘똥돼지’라고 불렀다. 각 가정에서 키우는 돼지가 ‘돗통시’(돼지가 키워지는 화장실의 제주어)에서 인분을 받아먹고 자라서다. 전문가들은 삼국시대 초기인 100~400년께 한라산 등에서 서식하던 야생멧돼지를 잡아다 키운 게 제주에서 가축으로 돼지를 키운 시작으로 본다.
제주돼지가 대규모로 사육된 것은 1960년대 정부 주도의 양돈 사업이 시작되면서다. 이후 돼지 사육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제주 돼지는 화장실을 따로 쓸 정도로 청결하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축사 및 품질관리가 엄격해졌다.

제주 지역에서는 재래 흑돼지를 영국의 버크셔종과 결합한 비육용 흑돼지를 육성해왔다. 제주 흑돼지는 다른 품종에 비해 근내지방 함량과 적색육이 많아 고소함과 감칠맛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제주도축산진흥원은 1986년 재래 흑돼지 5마리를 확보해 순수 계통번식을 통한 국가 차원의 종(種) 보존 사업에도 착수했다. 이후 2015년 3월에는 제주 재래 흑돼지 250마리가 천연기념물 제550호로 지정됐다.

제주도는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인근 국가들로 판로를 넓히면 제주 축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동남아 경제의 허브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인구 610만명, 1인당 국민소득 약 9만 달러 수준의 고소득 국가다. 물류와 유통망이 집중된 싱가포르를 발판 삼아 동남아의 프리미엄 축산시장으로의 판로를 확대한다는 게 제주도의 복안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싱가포르 축산물 수출지역이 된 것은 청정 환경과 체계적인 방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민관이 한마음으로 협력한 결과”라며 “이번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의 성공이 지역경제 현장에까지 실질적인 혜택으로 이어지게 돼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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