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밤의 모든 것
백수린 지음
문학과지성사 | 268쪽 | 1만7000원
“그녀는 식탁에 앉아 앵무새,라고 써봤다. 앵무새가 갔다,라고 쓰려다 가버렸다,라고 썼다. 앵무새가 가버렸다,라는 문장을 보자 너무 고통스러워 그녀는 눈을 감아야 했다.”(‘아주 환한 날들’ 중에서)
‘갔다’와 ‘가버렸다’는 다르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상실을 겪으며 그 차이를 깨닫는다. 그 모습을 영민하게 포착하는 작가 백수린의 네 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7개의 소설이 담겼다.
‘아주 환한 날들’ ‘빛이 다가올 때’ ‘봄밤의 우리’ ‘흰 눈과 개’ ‘호우’ ‘눈이 내리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로 구성돼 있다.
‘아주 환한 날들’은 남편과 사별한 후 홀로 지내던 주인공이 사위의 부탁으로 앵무새를 잠시 맡아 기르게 되는 이야기다. 주인공은 툭하면 비명을 지르고 깃털을 뽑아놓는 앵무새가 성가셨다. 그러다 앵무새가 아팠고, 주인공은 앵무새가 ‘외로우면 죽는’ 새라는 걸 알게 된다.
주인공은 앵무새가 외롭지 않도록 돌봤는데, 이는 곧 앵무새가 주인공을 돌본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앵무새는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 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일흔이 넘은 주인공은 그렇게 또 한 번의 헤어짐을 겪는다. 이 책에 실린 다른 소설들도 다양한 형태의 상실을 담고 있다.
백수린은 ‘작가의 말’에서 책 제목을 <봄밤의 모든 것>이라 한 데 대해 “우리의 삶이, 이 세계가, 겨울의 한복판이라도 우리는 봄을 기다리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봄이 온다고 믿기로 선택할 수 있다고. 그런 마음으로 이 소설들을 썼다”고 밝힌다.
잃을 줄 알면서도 얻고자 하는 우리의 어리석음과, 무엇인가를 떠나보낸 뒤 허둥대는 우리의 방황을 백수린은 문장으로 그려낸다.
백수린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돼 등단했다. <여름의 빌라> <눈부신 안부> 등 소설집을 냈다. 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이해조소설문학상 등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