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과투자?"...LG, 부채 늘었지만 흔들림은 없다

2025-04-17

5년간 설비투자 약 100조...재무 부담 속 기술전환 가속

디스플레이·통신부문 회복세...배터리·OLED 중심 재편 박차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LG그룹이 5년째 이어온 대규모 설비투자 기조 속에서 순차입금이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시장은 이를 단순한 부채 확대로만 보지 않는다. 배터리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중심의 제품 포트폴리오 전환, 글로벌 생산기반 확충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분석이다. 일시적인 수익성 저하와 투자 대비 재무 부담은 분명하지만, 주요 사업부문의 회복 조짐과 신성장 부문 투자 성과를 감안할 때 LG는 장기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17일 나이스신용평가의 그룹분석보고서에 따르면 LG그룹의 연간 설비투자(CAPEX)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9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배터리와 OLED 중심의 투자가 집중됐으며, 이에 따라 그룹 전체 순차입금은 2018년 말 18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3조1000억원으로 134% 증가했다. 같은 기간 LG화학(석유화학·배터리 등)의 순차입금은 16조5000억원, LG디스플레이는 6조5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LG는 이를 재무적 대응과 구조조정으로 분산시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IPO)와 합작법인(JV) 자본유치를 통해 총 17조2000억원을 조달했고,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유상증자로 1조3000억원을 확보했다. LG화학도 편광판 사업부 매각(3조9000억원), LG에너지솔루션 구주 매출(2조6000억원) 등으로 6조5000억원을 확보했다. 그룹 전반에 걸쳐 유상증자, 자산 매각, 사업 재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유동성 확보에 나선 셈이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전통 주력 사업의 수익성이 둔화된 가운데 LG그룹은 포트폴리오 전환과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은 2018년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렸으나 2023년 이후 적자로 전환됐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부진한 전방 수요 탓에 스프레드(마진)는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당분간 이익 개선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그럼에도 LG화학은 구조적 공급과잉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설비 투자와 제품 다변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반면 디스플레이 부문은 점진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중심의 구조 전환을 마무리하면서, 연간 2조원이 넘던 적자를 지난해 5606억원까지 줄였다. 고마진 중소형 OLED 물량이 본격 가동된 데다, 대형 설비 감가상각 종료와 수주 확대가 기대된다. 특히 광저우 LCD 공장 매각대금 약 2조2000억원이 연내 유입될 예정으로, 차입금 감축에도 긍정적이다.

배터리 부문 역시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단기 수익성이 흔들렸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미 지역 세액공제(IRA) 효과와 글로벌 완성차 기업과의 JV 확대로 회복 여력이 크다는 평가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6000억원으로 줄었으나,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제외하면 적자였다는 점에서 정책 의존도도 여전히 변수다. 다만 2025~2026년 중 북미 JV 투자와 증설 본격화에 따라 세제 혜택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다시금 수익성 회복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룹 전반으로 보면 부채 증가는 투자 성과를 거두기 위한 '과정'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통신과 전자 부문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히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아 가격 전가가 수월하고, 스윙 생산체제를 바탕으로 대외 변수 대응력이 높은 구조다. LG유플러스도 안정적인 통신 수익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재무 지표만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포트폴리오 전환과 신사업 기반 확대라는 전략적 목표가 선명한 만큼, LG그룹의 대응은 일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디스플레이 실적 개선과 전자·통신부문의 안정성 등을 근거로, "석유화학과 배터리 부문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그룹 전반의 채무상환능력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과 배터리 부문의 실적변동성 및 높은 투자부담이 그룹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syu@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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