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군가에겐 생소할 이름, 어쩌면 누군가에겐 200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신발, 바로 푸마 H-STREET. 지난해 스피드캣의 화려한 부활과 함께 고유의 폼을 되찾은 푸마의 다음 지명타자다. 푸마 아카이브 모델들 중에서도 다소 독특한 이름을 지닌 H-STREET의 ‘H’는 1998년에 탄생한 하람비(Harambee) 스파이크에서 따온 것이며, ‘STREET’은 말 그대로 거리에서 신을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용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트랙에서 시작된 전설이 2000년대 초, 어떻게 스트리트 신(Scene)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진화했는지 함께 알아보자.
‘하람비’라는 이름은 스와힐리어로 ‘모두가 함께 나아간다’는 뜻으로, 집단적인 에너지, 힘과 끈기를 상징하는 케냐 문화를 담고 있다. 이른바 ‘하람비 정신’은 1998년 푸마 하람비 스파이크에서 그 진가를 발휘했으며, 케냐 선수들의 중·장거리 달리기 지배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모델이었다.
당시 케냐는 정치적·경제적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었고, 이 시기에 푸마의 스폰서십은 케냐 육상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었다. 실제로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케냐의 노아 응게니 선수가 하람비 스파이크를 신고 1500m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신기록까지 세웠다. 장거리 경기를 위해 디자인된 경량 모델, 하람비는 케냐 선수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고, 곧 케냐의 달리기 문화를 계승하는 정신의 상징이 되었다.
2003년, 푸마는 하람비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대화한 라이프스타일 모델, H-STREET를 선보였다. 기존의 퍼포먼스 모델에서 벗어나 도심용, 일상용으로 재탄생한 H-STREET는 하람비의 민첩성과 속도, 그리고 혁신적인 기술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일상용이라지만 한 켤레의 무게가 고작 170g에 불과했기 때문에, 퍼포먼스 모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러너들의 사랑을 받았다.
하람비에서 진화한 H-STREET는 통기성을 높이기 위해 푸마 고유의 테크놀로지인 셀 메시(CELL Mesh)를 적용해 운동 전후의 편안함을 극대화했으며, 시각적으로도 날렵한 형태를 유지하도록 발끝 부분을 재디자인했다. 또한 미드솔에는 EVA 폼이 추가되어 기존 모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착화감을 제공, 하루 종일 신을 수 있는 일상화로 재설계되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는 하람비의 스파이크 플레이트를 대신한 고무 미니 스터드 솔. 이는 일상적인 실용성을 강조하면서도, 하람비의 뿌리를 잊지 않는 상징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하람비가 케냐의 달리기 문화를 상징했다면, H-STREET는 자메이카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자메이카 캠페인에서 시작된 푸마 H-STREET는 자메이카의 트랙 문화를 넘어, 전 세계적인 스포츠와 패션 문화의 교차점을 형성했다. 특히 이 모델은 스트리트웨어의 핵심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며, 스포츠와 일상적인 패션을 넘나드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다.
초록, 노랑, 검정 등 자메이카 국기의 색상을 담은 컬러웨이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이후 출시된 다양한 H-STREET 배리에이션은 물론, 우사인 볼트의 시그니처 모델에 이르기까지 그 자부심을 꾸준히 드러냈다.
2000년대 중반, H-STREET는 고유의 스타일에 독특한 변화를 더해갔다. 다양한 색상과 소재가 결합된 모델들이 출시되었으며, 그중에서도 2002년 자메이카와의 파트너십을 기념한 그린·옐로우·블랙 조합은 큰 화제를 모았다. 기존의 메시 소재 대신 가죽과 립스탑 소재가 사용되며, 더 다양한 버전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8년에는 H-STREET BS라는 풀 레더 버전이 등장했다. 이 모델은 당시 ‘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개념을 대중화시킨 제품으로, 푸마의 독점 리테일 스토어인 The Black Label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덕분에 높은 희소성과 고급스러운 가죽 소재, 정교한 마감이 어우러져 명품 브랜드 스니커에 비견될 만한 인상을 남겼다.
가장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해석된 H.ST.20는 외형뿐만 아니라 LOD CELL 쿠셔닝 시스템을 적용해 H-STREET 특유의 경량성에 더해진 우수한 착용감으로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도전을 보여주었다.
<하입비스트>가 지난 5월 15일, 성수동에서 열린 푸마 ‘FUTURE ARCHIVES: THE H-STREET’ 이벤트에서 푸마 스포츠스타일 마케팅 총괄 디렉터 크리스티나 미라벨리와 셀렉트 부문 시니어 디렉터 그레고르 아벤슈타인을 만났다. 크리스티나 미라벨리 총괄 디렉터에게는 H-STREET의 부활 시점, 2025년 현재의 스니커 시장, 그리고 새로운 세대의 소비자들에 대한 생각 등 궁금했던 이야기들을 가감 없이 물어보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푸마가 H-STREET를 다시 선보이게 된 계기는 무엇이며, 왜 2025년이 적기라고 판단했나요?
H-STREET은 퍼포먼스 헤리티지와 스트리트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완벽히 담고 있는 모델입니다. 요즘 소비자들은 진정성을 원하고 있고, H-STREET는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미래적인 실루엣을 통해 그 기대에 부응합니다. 또한 스피드캣과 모스트로의 성공에 이어 로우 프로파일 스니커 시장을 확장하려는 우리의 전략적 흐름의 일부이기도 하죠.
H-STREET의 올드팬들과 오늘날의 새로운 세대 소비자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나요?
통기성이 뛰어난 메시 어퍼, 로우 프로파일 실루엣, OG 컬러웨이에 대한 섬세한 오마주와 같은 핵심 디자인 요소를 유지함으로써, 기존 팬층에 대한 존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동시에 현대적인 스타일링, 향상된 착용감,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죠. 서울에서 진행된 론칭 이벤트처럼, 커뮤니티와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창출함으로써 브랜드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자메이카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웨이가 화제가 되었는데, 이번에도 특정 문화나 국가에서 영감을 받은 에디션이 예정되어 있나요?
물론입니다. 이번에도 문화적 영감을 담은 에디션을 준비 중이며, 단순한 차용이 아닌 협업과 지역성에 기반한 방식으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H-STREET가 강한 반향을 일으켰던 지역을 중심으로, 그들의 고유한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지역 문화를 반영한 한정 제품,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지역 한정 모델 등을 통해 경의를 표하며, 진정성 있는 방식으로 글로벌 커뮤니티와의 연결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블랙 라벨 한정판처럼, 이번에도 프리미엄 혹은 익스클루시브 버전의 출시가 있을까요?
네, 블랙 라벨 에디션의 정신을 계승한 익스클루시브 드롭을 준비 중입니다. 고급 소재, 소량 생산, 큐레이션된 협업이 포함된 특별한 제품들로 구성될 예정이며, 이는 수집가와 얼리어답터는 물론, 이 실루엣의 깊은 역사를 이해하는 이들을 위한 컬렉션이 될 것입니다.
H-STREET를 시작으로 푸마 퍼포먼스 유산을 더 확장할 계획이 있나요?
푸마는 본질적으로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만들 때도 항상 스포츠를 기반에 두고 접근하죠.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클래식 모델들을 다시 꺼내어 새로운 방식으로 재해석하고자 합니다. 어떤 모델은 사람들이 바로 알아볼 수 있는 아이콘일 수 있지만, 어떤 것들은 수년간 공개되지 않은 희귀한 디자인일 수도 있습니다.
푸마의 풍부한 아카이브는 우리 팀과 파트너들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주며, 여전히 되살릴 가치가 있는 디자인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어서, 그레고르 아벤슈타인 시니어 디렉터에게 하람비 정신과 현대화된 H-STREET의 차별성,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의 스니커 시장에 미칠 잠재적 영향에 대해 물었다.
오리지널 하람비 스파이크는 단순한 퍼포먼스 슈즈가 아니라, 케냐의 탄력성과 올림픽 영광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습니다. 이번 H-STREET 디자인에서 그 유산을 어떻게 반영했나요?
오리지널 스파이크는 ‘하람비(Harambee)’—스와힐리어로 ‘함께 끌어당기다(Pull together)’는 개념에 기반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정신을 존중하며, H-STREET의 퍼포먼스 본질을 그대로 유지했죠. 로우 프로파일 실루엣, 미니멀하고 가벼운 구조, 그리고 속도를 위한 설계는 그 원형에 충실합니다.
여기에 대담한 컬러웨이, 정제된 소재, 그리고 오늘날의 스트리트 컬처에서 영감을 받은 스타일링을 더해 현대적인 감각을 입혔습니다. 이번 리이슈는 단순한 복각이 아니라, 시대와 지역, 문화를 아우르는 연결 고리로서-이름이 암시하듯, 모두를 ‘함께’ 모으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오리지널 H-STREET의 어떤 요소들을 유지했고, 현대 소비자들을 위해 어떤 부분을 업데이트했나요?
우리는 H-STREET 고유의 DNA—특히 로우 프로파일 실루엣과 통기성이 뛰어난 메시 어퍼—는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기능에 기반한 디자인이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믿기 때문이죠. 첫 번째 드롭에서 활기찬 그린 컬러를 주요 색상으로 선택한 것 또한, OG 팔레트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달라진 점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입니다. 현대 소비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전반적인 착용감을 높이고, 실루엣 라인은 더욱 정교하게, 마감은 한층 세련되게 다듬었습니다.
과거에는 메시, 가죽, 립스탑 등 다양한 소재가 사용되었는데, 2025년 버전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소재를 선택했나요?
통기성과 경량성이 핵심이었기 때문에, 메시 소재를 중심으로 디자인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아카이브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소재가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감촉을 가지는지에 대한 탐구였죠. 퍼포먼스 기능성과 스트리트 감성 사이의 균형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스니커 본연의 기능은 유지하면서도, 한층 고급스럽고 세련된 인상을 줄 수 있도록 소재를 신중하게 선택했습니다.
2008년의 H-STREET BS처럼, 프리미엄 혹은 컬렉터즈 에디션이 출시될 예정인가요?
네, 스페셜 드롭을 확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H-STREET는 원래부터 수집가들에게 인기가 높았고, 이번 리이슈도 마찬가지죠. 시티 익스클루시브 컬러웨이, 푸마 패밀리 소속 크리에이티브들과의 협업 등 다양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수집가와 얼리어답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H-STREET 특유의 낮은 프로파일은 상징적인 특징이었는데, 지금도 그것이 유효한 디자인 요소라고 생각하나요?
그 어느 때보다도 그렇습니다. 현재 스니커 시장은 과장된 솔과 볼륨감 있는 실루엣으로 가득하죠. 그런 가운데 H-STREET의 낮고 날렵한 실루엣은 오히려 그에 대한 반작용이자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순수한 퍼포먼스 감각을 드러내면서도, 미니멀하고 애슬레틱한 스타일을 선호하는 최근의 흐름과도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빈티지 시장에서 H-STREET의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이번 재출시가 스니커 컬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나요?
빈티지 마니아들은 오리지널 H-STREET를 오랫동안 찾아왔습니다. 이번 재발매는 단순히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을 넘어, 그 문화의 영역 자체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진짜 아카이브 조각이 다시 돌아온 셈이며, 동시에 현대 소비자의 니즈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스니커 컬처의 흐름을 다시 잇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푸마는 H-STREET의 이야기를 다시 한 번 부활시켰다. 스피드캣과 모스트로에 이어, 푸마만의 ‘빠른 속도’를 시각화한 유산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푸마의 두 디렉터가 언급했듯, 과장된 솔과 점점 커져만 가는 실루엣이 지배하는 스니커 시장 속에서 H-STREET의 날렵한 디자인은 전혀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유행을 거스르기 위한 복각이 아니다. 오히려 푸마가 본연의 색을 완전히 되찾은 순간이라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트랙의 강자로 군림해온 만큼, 푸마의 아카이브는 지금 이 시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점점 더 크고, 더 빠르게 진화하는 스니커 신에서 말이다.
푸마 H-STREET는 6월 말 출시될 예정이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푸마 코리아 공식 웹사이트 및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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