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동물 요양원’, ‘안락사 없는 보호소’ 같은 문구로 마치 동물 보호시설인 것처럼 사람들을 혼동하게 만드는 ‘신종 펫숍’을 제재하기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임호선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보호소 휘장 펫숍 영업 제재를 위한 동물보호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한 가운데 ▲영리 목적의 피학대 동물, 유실·유기동물, 사육포기 동물 인수를 금지하고 ▲펫숍 등에서 보호시설로 오인할 수 있는 명칭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동물권 단체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도 함께 참여해, 개정안 발의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동자연은 이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서명운동 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 교묘한 상술로 위장한 신종 펫숍들
기존의 펫숍은 영리를 목적으로 생후 1~2개월 된 미성숙 동물을 전시·판매했다. 한때는 이러한 시설에서 새끼 강아지·고양이 등을 돈 주고 사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반려동물 생명권에 대한 인식이 성숙해지면서,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이는 보호시설이나 길거리 동물을 입양 또는 구조해 반려함으로써 동물의 생명을 수호하자는 의미에서 비롯된 동물권의 대표적 사회운동이기도 하다.
이처럼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개인적 사정으로 더 이상 동물을 반려할 수 없는 반려인이나, 동물 구조 이후 고정 거처를 마련하지 못한 구조자 등의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 돈벌이 삼는 업자들이다.
그들은 ‘동물 요양원’, ‘임시 보호소’, ‘안락사 없는 보호소’ 같은 문구를 내건 가운데 보호시설 흉내를 내며 신종펫숍을 차려, 차마 파양할 수는 없어 보호시설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악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신종펫숍들이 보호가 어려운 동물을 대신 맡아주겠다며 일정 금액을 받고 동물을 인수했음에도 실제로는 방치하거나 유기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 “신종 펫숍, 법의 사각지대…학대 실태도 파악 어려워”
임호선 의원은 이들 펫숍을 가리켜 “교묘한 명칭과 영업 방식으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반려동물의 고통을 초래하고 있다”며 “영리를 목적으로 동물을 인수하거나, 보호시설이 아님에도 그런 명칭을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법안에 담았다”고 밝혔다.

동자연 측은 “신종 펫숍은 법에 따른 등록업체가 아니므로 현황 파악하기가 어렵다”며 “2023년 기준 약 130곳으로 파악됐던 이들 업체는 최근 220곳 이상으로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알렸다.
동자연은 올해 초 인천의 한 신종 펫숍에서 고양이 7마리가 4개월 동안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채 방치됐다가 폐사한 사건을 공개했다.
임호선 의원실 또한 2023년 한 신종 펫숍에서 인수한 동물 118마리가 폐사한 사건을 밝혔다.해당 업체는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돈을 받고 동물을 넘겨받았지만, 최소한의 관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자연은 “폐쇄적인 환경에서 이뤄지는 학대는 처벌로 이어지기 어려운 만큼, 이번 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구조단체로 위장해 지자체 행사까지…법적 규제 시급”
동자연 관계자에 따르면 신종 펫숍은 법의 공백을 틈타 영업 방식의 변종을 거듭하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동물 구조·입양 단체로 위장해 지방자치단체 주최 행사에까지 참여한 사례도 있다.
때문에 동자연 등의 동물권에서는 이러한 펫샵을 제재할 근거가 될 이번 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자연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를 위해 서명 운동 등 시민 참여 캠페인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을과고양이’ 박용희 대표는 “생명은 사고파는 대상이 아니다”며 “신종 펫숍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며, 이번 개정안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길에서 구조한 고양이 13마리를 반려하고 있으며, 동물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기본적인 돌봄조차 하지 않아 말 못 하는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며 “끝까지 키울 자신이 없다면 입양은 신중해야 한다. 사실 신종 펫숍의 출몰은 무책임한 파양에서 비롯된 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박윤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