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태아산재’ 업무 관련성 첫 인정…법 미비로 산재 불인정

2024-07-04

자녀의 선천성 질병이 아버지 작업환경과 인과관계가 있다는 첫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자녀 질병에 대해 산재 승인을 하지 못했다. 산재보험법이 ‘임신 중인 노동자가 유해물질에 노출돼 자녀에게 질병이 발생한 경우’만 산재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버지 태아 산재’도 산재보험이 적용되도록 산재보험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재심의 끝에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최현철씨(42·가명) 자녀의 ‘차지증후군’은 최씨 업무와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2004년 12월 삼성디스플레이에 입사한 최씨는 2006년 12월부터 2011년 12월까지 약 5년간 액정표시장치(LCD)에 전기신호를 주는 기판을 만드는 공정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유해물질에 노출됐다. 2008년 5월 태어난 최씨 자녀는 차지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차지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눈, 귀, 심장 등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3일 질판위 판정에도 불구하고 최씨의 태아 산재 신청을 불승인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최씨는 산재보험법령에서 정한 ‘임신 중인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부득이 불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유해물질에 노출된 임신 노동자의 자녀가 선천성 질병을 갖고 있다면 이를 산재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태아산재법)은 지난해 1월 시행됐다. 현재까지 여성 노동자 4명의 자녀 질병이 산재로 인정받았다.

최씨는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통해 “제 아이의 병은 제가 노출된 유해물질로 인한 것이라는 게 확인됐지만 법이 없어서 아직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법만 올바르게 바뀐다면 제 아이도 산재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올림은 “노동자 본인의 산재, 어머니 태아 산재, 아버지 태아 산재는 모두 업무로 인해 건강을 잃었다는 본질에서는 다른 점이 없다. 그런데도 산재보험법은 아무런 이유 없이 아버지 태아 산재만 배제·차별하고 있다”며 22대 국회에 산재보험법 개정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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