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수익구조는 중요사항 아냐"...운용사 형사책임 '제한'
자본시장법 형사처벌 기준 엄격해져...민사소송 영향 불가피
기업은행 배상책임도 '흔들'...914억 피해구제 '안갯속'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대법원이 디스커버리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장하원 전 대표에게 무죄를 확정하면서 자본시장법상 '중요 사항' 판단 기준이 새롭게 제시됐다. 금융투자업계는 펀드 운용사의 형사책임 범위가 제한적으로 해석된 이번 판결이 기업은행의 914억원 환매 중단 피해 배상은 물론, 향후 유사 사건의 피해 구제 절차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법원 2부는 9일 장하원 전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함께 기소된 디스커버리 투자본부장과 운용팀장, 법인에 대해서도 모두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펀드의 수익구조는 수익률 저하나 원금 손실 위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 사항으로 보기 어렵다"며 "이를 판매사에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기망행위로 평가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는 자본시장법상 형사처벌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것으로, 향후 유사 사건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크게 제한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검찰은 장 전 대표가 2018년 10월부터 투자 대상 펀드의 부실 위험을 인지하고도 이를 숨긴 채 370여 명의 투자자에게 1348억원 규모의 상품을 판매했다고 보고 2022년 7월 구속기소 했다. 특히 2019년 3월 미국 DLI 대표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조사를 받다 대표직을 사임하는 등 펀드 환매 보장이 어려워진 상황에서도 이를 알리지 않고 판매를 지속한 점을 중요 혐의로 삼았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태의 주요 판매사인 기업은행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총 6792억원 규모의 관련 펀드를 판매했고, 이 중 914억원의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기업은행은 최초 판매 시점인 2017년 3월 자체 리스크총괄부가 '펀드의 대출 부실률 상승에 따른 원금 손실 가능성'을 경고했음에도 안전성을 강조하며 판매를 지속했다. 한국투자증권이 투자자들에게 100% 원금을 배상하기로 한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의 40~80% 배상 권고를 근거로 부분 배상안만을 고수하고 있어 비판을 받았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을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고 있다. 재판부는 "펀드 수익 구조와 관련한 모든 정보를 중요 사항으로 보면 형사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수 있다"며 엄격 해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의무의 범위가 실질적으로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펀드 운용사의 정보 제공 의무와 관련해 '중요 사항'의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경우,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자본시장법상 투자자 보호 조항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요 사항'의 범위가 엄격하게 해석됨에 따라 향후 유사 사건의 제재나 피해 구제 절차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대법원판결은 금감원의 추가 분쟁조정과 피해자들의 민사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특히 자본시장법상 '중요 사항'에 대한 제한적 해석이 향후 피해 구제 절차의 새로운 기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아영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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