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강수를 두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의 여파는 날이 갈수록 확산하며 미중 관계 전체를 흔들고 있다. 중국은 더 나아가 수출 통제를 다른 품목까지 확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중국이 강경책을 내놓은 속내를 살펴보고, 이번 달 말 경주 APEC 정상회의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전망을 2회에 걸쳐서 짚어본다.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10월 1일부터 8일까지의 국경절 연휴가 종료된 직후인 지난 9일 오전 중국 상무부는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전격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 4월 희토류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중국의 수출업자가 해외에 희토류 및 희토류 가공제품을 수출하려면 중국 상무부의 사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 골자였다.
해당 조치가 시행된 지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중국은 더욱 강화된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해외 업체가 중국의 희토류 혹은 희토류 제품을 타국에 재수출하는 경우까지도 중국 상무부의 사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중국은 해당 조치가 특정 국가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은 중국이 자국산 희토류의 미국 반입을 통제하려는 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의 희토류 조치에 대해 가장 격렬한 반응은 미국에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핵심 소프트웨어의 중국 수출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발언 수위를 낮추기는 했지만 미중 간의 긴장 상황은 여전하다.
그동안 미국의 대중국 조치가 발표되면, 중국은 그에 대응한 상응 조치를 내놓아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이 선제적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확대 정책을 내놓았다. 때문에 중국이 강공으로 전환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강수를 둔 것은 대외적인 요인과 산업 경쟁력 제고로 인한 자신감 등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현실 인식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로 설정했다. 지난 1분기 5.4%, 2분기 5.2%의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상반기에 소비보조금 재정지출과 인프라 투자 집행이 집중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하반기 상황은 간단하지 않다. UBS는 중국이 3분기에 4.7%의 성장률을 기록한 후 4분기에는 4%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 경제의 가장 '아픈 곳'은 내수 부진이다.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 전망이 어두운 상황에서 내수 진작과 거대한 내수시장 육성은 중국의 우선 순위 정책 추진 목표다.
이에 중국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소비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직 나타나고 있지 않다. 도리어 소비보조금 정책이 없었다면 중국 내수는 그야말로 침체에 빠졌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내수 상황을 대표하는 물가지수는 심각한 수준이다. 소비자 물가지수(CPI)의 경우 2022년부터 디플레이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CPI는 0~1%대의 부진한 상황을 기록하다가 2023년 7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며 디플레 우려가 깊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CPI는 -0.3%를 기록했다. 이후 중국 CPI는 지난 8월까지 0% 내외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자 출고가격(PPI)은 더욱 심각하다. PPI는 2022년 10월 -1.3%를 기록하면서 첫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PPI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플러스 전환을 하지 못한 채 마이너스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까지 중국의 PPI는 무려 35개월 동안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 역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사회 소비품 소매총액은 전년 대비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8월까지 3개월째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 올해 국경절 연휴 기간 중국 상무부가 집계한 중국의 주요 소매 및 외식 기업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7% 증가에 그쳤다.
강도 높은 재정 정책과 통화 정책에도 기대했던 내수 진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만약 수출 시장까지 어려워진다면 중국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특히 중국이 미래를 위해 필사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첨단 산업에 대한 정책 지원을 축소하기는 더욱 어렵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첨단 산업 지원책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중국의 첨단 산업 육성책 후퇴는 중국 소비자들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만들어 지갑을 더욱 닫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결국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절박감이 도리어 중국을 대미 강경책 전환으로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희토류 카드 등 강경책을 내놓은 것은 향후 미중 협상에서 미국에 대한 양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차원"이라며 "결국 이러한 정책은 현재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ys174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