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가 14일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 다섯 곳에 이날부터 거래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것은 ‘한·미 조선 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겨냥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온다. 통상당국은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이번 중국의 제재 대상에는 지난해 한화그룹이 약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투자해 인수한 한화필리조선소가 포함됐다. 이 조선소는 한미 조선 협력의 핵심 거점이자, ‘마스가’ 프로젝트의 상징으로 꼽힌다. 지난 8월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이튿날 현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조선업 부활 정책과 한국 기업의 참여에 대해 강한 우려를 보여왔다”며 “ 마스가 프로젝트는 미국보다 한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번 제재는 미국보다 한국을 향한 경고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실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지난 8월 “한국이나 일본 로고가 붙은 선박들이 제3국에 대한 미군 작전에 쓰일 경우 한·일이 곤란해질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한화오션은 미국의 조선업 부활 전략에서 한국 기업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해 중국의 불만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중국이 한화오션 전체가 아닌 미국 자회사만 제재 대상으로 한 것은, 확전을 피하면서도 1차 경고를 보낸 의도로 해석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제재 대상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들은 중국 내 사업이 없어 실질적 피해는 크지 않다"면서도 "중국의 해운·조선 경쟁국인 한국을 견제하면서, 한·미 공급망 결속에 균열을 내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등으로 미·중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이번 조치가 발표된 점도 주목된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통상전문가는 “한국은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두고 미·중 간 균형 외교 구도를 기대했지만, 중국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단순한 보복이 아니라 희토류 등 전략 자원과 조선업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겨냥한 압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중국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단 중국이 한화오션 자회사 제재 근거로 ‘반(反)외국 제재법’을 적용하는 것에 주목한다. 이 법은 중국이 2021년 제정한 보복·역제재용 법률로, 외국이 중국의 주권과 안보 이익을 침해할 경우 중국 정부가 해당 기업·개인에 대해 거래 금지나 자산 동결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중국은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늘 국제 규범을 강조해 왔다. 이번 조치에도 법적 정당성을 내세우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중국 측 통보 내용과 해외공관의 보고를 종합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