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과 건강 사이에서

2025-06-05

외부 업무로 미팅이 생겨 대로변 카페에 들어갔다. 빵과 음료를 함께 파는 곳이었다. 안에는 아마도 공장에서 납품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다양한 빵이 잔뜩 쌓여 있었다. 우리 일행은 대충 아무 커피나 시켜두고 잠깐 이야기를 나눌 자리가 필요했을 뿐이었지만, 다른 손님이 모두 줄을 서 빵과 음료를 주문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커피 석 잔에 빵 두 개를 더해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아 카페 구석 벽에 기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서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르던 초등학교 3~4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자신의 부모에게 “근데 이거 먹으면 혈당 스파이크 오는 거 아냐?”라고 묻는 것을 들었다. 아이는 평소에도 다양한 질문을 꺼내는 편이었는지, 부모는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지만, 나는 그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했다.

나도 얼마 전부터 온라인에 무작위로 뜨는 의사와 약사, 또 이른바 ‘웰니스 인플루언서’라고 하는 이들의 짤막한 영상을 보며 혈당에 대한 정보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언젠가는 엔도르핀이 큰 이슈였고, 또 언제는 저탄수화물 식단이니 고단백질 식단이니 하는 것들이 난리였다.

빵을 기다리다 말고 포털 사이트에 단어를 검색했다. 화면 가장 위로 뜬 짧은 설명글에는 이것이 폭식이나 과식은 물론, 과도한 탄수화물이나 식품공장에서 만든 가공식품 등을 섭취했을 때 생기는 것이라 했다. 특히 내가 만들어 파는 케이크나 타르트, 쿠키 같은 것들을 피해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나왔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혈당이 오르면 사람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고, 포도당이 지방으로 전환하는 것을 촉진하면서 지방이 쌓이고 인슐린 저항이 커져 당뇨병이며 심혈관질환 발생에까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고 했다. 분명 한글로 쓰인 내용이고 얼추 이해가 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인체에 대한 배경지식이 많지 않으니 막연히 ‘그냥 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이구나’ 하고 마는 수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이런 어렵고 낯선 내용을 어린아이들까지 자연스레 이야기하게 된 시대가 분명 대단하다 싶었다.

내가 어렸을 때도 자기 전에는 군것질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따라 밤새 간식을 참은 적이 있었지만, 아침이 되어 눈을 뜨면 대부분 가장 먼저 전날 남겨두었던 과자를 입에 물었다.

나는 아이가 없기에 감히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 자신의 혈당에 영향을 주지 않는 식사 ‘루틴’을 고민한 뒤에야 자신이 좋아하는 빵이며 과자를 입에 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

이윽고 진동벨이 울리고 쟁반을 받아 일행이 앉은 식탁에 음료와 빵을 내려놓았지만, 나는 사람들에게 배가 부르다며 내 몫의 커피만 마시고 회의를 끝냈다. 카페를 나서며 생각했다. ‘과연 지금 내 혈당 수치는 다른 둘에 비해 건강했을까? 듣기로는 빈속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좋지 않다고 하던데.’ 대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하더니, 사실은 순 근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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