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디움 콘서트를 어찌할꼬

2024-09-19

1923년 4월 영국 런던 교외에 개장한 웸블리 스타디움(현 시설은 2007년 신축)의 원래 이름은 대영제국박람회경기장, 줄여서 제국경기장이었다. 이듬해 열린 박람회 부속시설로 지어졌다. 개장 나흘 뒤, 볼턴 원더러스와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결승전이 열렸다. 이후 FA컵 결승전이나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경기(A매치) 장소로 쓰였다.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의 애칭)은 2002년까지 이곳에서 A매치 223경기를 치렀다. 축구 종주국의 홈구장이라서 별명도 ‘축구의 본가’였고, ‘축구의 성지’(펠레)로도 불렸다.

‘축구의 성지’라고 축구만 한 건 아니다. 럭비·미식축구, 심지어 복싱·프로레슬링도 했다. 개장 이후 1960년대까지 그레이하운드 경주장으로도 쓰였다. 심지어 1970년 4월에는 승마대회가 열렸다. 그 일주일 후 치러진 FA컵 결승전은 말굽에 짓밟혀 누더기가 된 잔디 위에서 벌어졌고, 뒷말이 나왔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스포츠다. 웸블리 스타디움에는 다른 별명이 또 있다. 바로 ‘팝 공연의 성지’다.

스타디움 콘서트의 효시로는 1965년 8월 비틀스의 미국 뉴욕 셰이 스타디움(2008년 폐장) 공연을 꼽는다. 5만5000여 관객이 몰린 이 공연 이후 전 세계 축구장과 야구장은 공연장으로 애용됐다. 특히 세계적 팝 스타의 공연장으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웸블리 스타디움이다. 아프리카 기아를 돕기 위한 ‘라이브 에이드’(1985년)는 이곳을 빛낸 대표적 공연이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노래한 스타를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2019년 6월에는 방탄소년단(BTS)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누군가는 ‘한국 축구의 성지’로, 누군가는 ‘K팝의 성지’로 부른다. 최근 불거진 경기장 잔디 훼손 논란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만 2026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전(5일)에서 졸전을 펼친 한국 축구대표팀이 불평하면서 전 국민의 눈길이 쏠렸다. 애꿎게도 이곳에서 21~22일 콘서트를 하는 ‘국민 여동생’이 당초 잔디 위에 관람석을 설치했다는 이유로 매도당했다. 반대로 지난 5월 공연하며 잔디 보호에 앞장선 ‘국민 영웅’은 박수를 곱절로 받았다. 지난해 열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대회 K팝 콘서트가 모든 훼손의 근원으로 1년 만에 소환됐다(사실 공연을 급조하면서 잔디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처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축구도, 공연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리모델링에 들어가 이곳을 빼면 대형공연장이 하나도 없는 게 오늘날 서울의 민낯이다. 다만 빌려는 주되, 잔디 등의 시설 유지 의무조항을 계약서에 촘촘히 넣어라. 또 훼손 발생에 대한 배상 책임은 엄정하게 물어라. 모든 분란은 지금껏 이 두 가지를 제대로 못 한 서울시 탓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