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경향]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구재희씨(39)는 더 큰 평수로 아파트 갈아타기를 고민하다 최근 마음을 바꿨다. 아이가 커가면서 더 늦기 전에 큰 평수의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했지만,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르며 자금 조달 계획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4% 수준인데 (전용면적 84㎡로 갈아타려면) 이자 감당이 안 될 것 같다”면서 “요즘에는 24평(59㎡)도 쓰리베이(정면 발코니에 면한 공간의 개수가 3개)가 나오는 구조가 많아서 그런 집들을 먼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 공식이 변하고 있다. 과거 국민평형으로 불리던 전용면적 84㎡ 크기의 아파트 대신 소형인 전용면적 59㎡ 아파트의 수요가 증가하고, 청약이나 매매가 아닌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도 늘면서다. 무거워진 집값과 강화된 규제에 적응해 실수요자들의 전략도 변하고 있는 것으로, 소형 선호, 규제 회피 전략이 한동안 부동산시장의 뉴노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0월 23일 분양평가 전문업체 리얼하우스가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올 9월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 5만6775건 중 전용 59㎡는 1만4302건(25.2%)으로 집계됐다. 84㎡를 초과하는 다른 모든 대형 평형의 거래 비중(15.4%)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소형 아파트 선호현상은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8월 25일 기준 전국 민간 분양 아파트의 59㎡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9.2 대 1로, 84㎡ 경쟁률(5.5 대 1)의 3배가 넘는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59㎡와 84㎡의 1순위 경쟁률은 6배에 육박하는 차이가 난다. 리얼하우스는 “금리와 세금 부담이 대형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1~2인 가구 증가와 주거비 부담은 소형 수요를 꾸준히 떠받치고 있다”며 “59㎡는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동시에 흡수하는 교집합 평형으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소형평형 아파트 인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부쩍 커진 집값 부담이다. 부동산중개업체 직방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서울의 59㎡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5006만원으로 지난해(9억7266만원)보다 8% 상승했다. 서울 기준 59㎡의 신규 분양가는 이보다 2억원 가까이 더 높은 12억1183만원이다. 연간 소득이 6000만원인 가구가 20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59㎡ 아파트 분양가를 감당할 수 있는 셈으로,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RI)이 20에 달한다. 무엇보다 내 집 마련이 앞으로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면서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서울·상급지 진입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실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마포의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32평이면 중급지에서 15억원이지만 2급지에서는 24평 가격”이라면서 “올라도 상급지가 더 빨리, 많이 오르니까 살던 집을 팔아서 상급지로 이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그는 “똘똘한 한 채가 부자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이제 똘똘한 한 채가 아니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가장 먼저 하게 된다”며 “특히 가족 수도 적어 요즘은 크기보다 상급지에 자가를 마련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패닉바잉 현상까지 일어났던 지난 9월 성동구(1.49%), 송파구(1.30%), 용산구(1.20%), 마포구(1.17%) 등 이른바 한강벨트 집값은 한 달 새 1% 이상 급등하며 전체 상승률을 견인했다. 반면 ‘노·도·강’으로 불리는 노원구(0.23%), 도봉구(0.11%). 강북구(0.16%)는 상승률이 높지 않았다.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의 상승률도 0.14~0.3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학습효과에 더해 특히 최근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 주민들이 향후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울 때 크기보다 입지를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정부가 10·15 부동산대책으로 서울 전역과 경기 지역 12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이들 지역에는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여됐다.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전면 차단된 것인데, 규제 우회 수단으로 매매거래가 아닌 경매에 관심을 갖는 수요도 늘고 있다.
부동산거래신고법(제14조)에 따르면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는 토지거래계약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경매의 경우 부동산시장 안정보다는 채권 회수가 우선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매 낙찰은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와 달리 토허제 지정에 따른 각종 규제를 피할 수 있는데, 당장 자치구의 허가나 실거주 의무,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의무가 없다. 실제로 10·15 대책 이전 토허구역으로 지정됐던 강남 3구와 용산구의 경우 경매 물건에 대한 관심이 급등했는데, 앞으로 이 같은 흐름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전월(40.3%) 대비 10.4%포인트 급등한 50.7%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6월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마포·용산·성동구가 모두 낙찰률 100%를 기록했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도 전월(96.2%) 대비 3.3%포인트 상승하며 역시 2022년 6월(110.0%)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일찌감치 토허구역으로 묶인 용산·송파구의 낙찰가율이 10%포인트 넘게 높아졌고, 9월 불장을 기록했던 한강벨트 마포구와 광진구의 낙찰가율도 7%포인트 넘게 올랐다.
특히 토허제가 적용된 지난 10월 20일부터 22일까지 사흘간 서울과 경기도의 토허구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각각 100.1%, 101.9%를 기록, 전달 평균 낙찰가율을 상회했다.
다만 앞선 6·27 부동산 대책으로 경락잔금대출(경매로 낙찰받은 부동산을 담보로 잔금을 금융기관에서 빌리는 대출)이 최대 6억원으로 제한되고 대출을 받으면 6개월 이내 전입의무가 생겨, 고가의 경매 물건보다는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더 클 것으로 분석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과거보다 경매 물건에 대한 권리분석 등을 더 편하게 할 수 있게 되면서 경매를 통한 내 집 마련에 대한 관심은 꾸준한 상황”이라며 “이번 토허제 지정 지역의 경우 (실거주) 규제를 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전략적 선택으로 경매를 택할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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