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가지수 5000 달성’은 이재명 대선후보의 공약이다. 나는 이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크게 믿지 않았다. 그런데 현재의 주가 상승 추세를 무조건 연장하면 아마도 1년 후에는 이 공약이 달성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주가가 진짜 많이 올랐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던 지난 6월 4일 코스피는 2770.84(종가 기준)였다. 그런데 10월 22일 코스피 종가는 3883.68이었다. 4개월 반 만에 무려 40.2%가 상승한 것이다. 취임 4개월에 해당하는 지난 10월 2일의 코스피 종가는 3549.21이었다. 상승률 수치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역시 휘황찬란한 28.1%다.
이대로 내년 6월 초까지 간다면 어떻게 될까? 28.1%라는 4개월 상승률을 세 차례 복리로 계산한 연간 상승률은 100%를 넘는다. 즉 이 추세대로라면 취임 1주년에 도달하기 전에 주가는 5000을 찍는다는 말이 된다.
‘주가 5000 안정적 유지’는 취약한 명제
무조건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연말 주가는 대략 얼마쯤 될까? 지난 10월 22일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140일이 되는 날이다. 그리고 연말까지는 약 70일이 남았다. 편의상 70일을 1기간이라고 단순화하면, 2기간 동안의 복리 상승률이 40.2%이므로 1기간 상승률은 대략 18.4%다. 따라서 연말까지의 3기간 복리 상승률은 65.9%가 되고, 취임 당시의 주가인 2770.84는 이 추세가 무조건 유지된다면 연말에 약 4598 정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엄청난 숫자다. 코스피의 연중 최저점이 지난 4월 9일의 2284.72이니 운 좋게 이때 코스피지수를 매입한 투자자는 1년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이 연말에 문자 그대로 ‘따블’을 실현할 수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도 온통 주가 부양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주식시장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은 그 세금 부과가 효율적인지 또는 공정한지와 무관하게 무조건 억제하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재테크 수단이었던 부동산 투자는 비교적 억제하는 분위기다. 특히 지난 6·27 대책의 약발이 다하면서(어쩌면 애초부터 약 기운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수도권 부동산이 과열 분위기를 보이자 최근에는 역대 정권의 금기어인 ‘부동산 보유세 강화’ 발언도 슬금슬금 나오고 있다. 문자 그대로 ‘부동산 대신 주식’이 정책 방향이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10월 21일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투기와 같은) 비생산적인 분야에 집중됐던 과거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주식 투자와 같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추세를 굳건히 할 것을 분명히 했다.
만일 코스피가 5000선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면 그것은 분명히 이재명 정부의 큰 경제 분야 업적이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내년 6월 3일로 예정된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주식 투자의 매력이 망국적인 부동산 투기의 유혹을 다스릴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생산적’일 것이다.
그럼 다 좋은가? 아니다. 경제학자는 없는 꼬투리도 잡는 사람이다. 그런데 ‘주가 5000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굳이 꼬투리를 잡지 않아도 매우 취약해 보이는 명제다. 왜 그럴까?
주가는 본질적으로 현재에서 바라본 기업의 미래 수익 흐름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지표다. 주가가 지난 4월 9일의 연중 최저점 대비 연말에 따블이 됐다면 그 뜻은 ‘4월 초에 바라본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 수익성보다 연말 시점에서 바라본 미래 수익성이 2배나 더 좋다’가 된다.
이게 정말 맞는 말일까? 불과 3분기 만에 우리나라 기업의 수익성이 종전 전망보다 평균적으로 2배씩 더 좋아질 수 있을까? 물론 소위 ‘족집게’니 ‘도사’니 하는 증권 애널리스트 중에는 이런 시나리오를 전파하는 사람들도 있다.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슈퍼 사이클과 조선업 활황 그리고 친환경 교체 수요 등이 자주 거론된다. 그러나 불확실한 대외 교역 환경, 트럼프 관세정책의 부정적 효과, 한국 경제의 노령화 등 부정적 요소가 어느 정도의 걸림돌로 작용할지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상승 요소로 거론되는 ‘(부동산에서 주식으로의) 머니 무브’는 일시적 주가 상승 요인일 수는 있어도 주가에 대한 안정적 유지 요인은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투자 여건이나 투자 심리가 바뀌면 머니 무브는 언제든지 역방향으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펀더멘털 냉정하게 곱씹는 속도 조절 필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모든 사람이 주식시장만을 쳐다보고 자산 운용을 주식 쪽에 집중할 가능성이다. 자칫하면 사태는 아주 빠르게 ‘부동산 일변도에서 부동산과 주식으로의 투자 다변화’가 아니라 ‘부동산 일변도에서 주식 몰빵’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경제학자는 늘 이런 생각을 한다) 주가가 주저앉으면? 파국이다.
개미투자자는 물론이고 주식 쪽에 자산을 주로 운용했던 기관투자가들도 낭패를 볼 것이다. 주식형 펀드가 그 대표적 예다. 개방형 펀드라면 펀드런(대량 환매 사태)이 줄을 이을 수도 있다. 돈을 빌려 주식투자를 한 경우 쇄도하는 추가 증거금 납부(소위 ‘마진 콜’)를 못 하면 깡통 계좌가 되고 증권회사가 반대매매를 하면 그냥 재산이 날아갈 수도 있다. 모피아는 책상 서랍 속에서 증시안정기금 활성화나 한국은행 특별융자 등 빛바랜 전가의 보도를 꺼내겠지만 국민경제의 손실은 상당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칫 부동산 불패 신화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나라는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사례가 1999년에 찬란하게 비상했다가 2000년에 처참하게 추락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바이코리아 펀드 사태다. 이익치 회장은 주식을 사는 것이 제2의 금 모으기라는 애국심 고취, 우리나라 주식은 저평가됐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그리고 향후 주가는 6000까지도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 등을 버무리고, 펀드 매니저에게 의사 가운과 청진기를 들려 ‘정교하게 진단하는 이미지’를 전파하면서 ‘대한민국을 사버리자’는 십자군 운동을 벌였다. 그 결과 막대한 자금을 조달했지만, 대우 자동차 사태와 IT 버블 붕괴로 파국을 맞이했다.
지금 주가지수 5000이라는 공약에 가장 열광하는 계층은 청년층이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부동산 투자를 할 돈은 없고, 서학개미를 하자니 주저함이 있었는데 이처럼 좋은 재산 증식 수단을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을 뒤집으면 주가 하락 때 가장 큰 피해를 볼 계층도 청년층이 된다. 그때 두 눈에 핏발이 선 청년층의 분노를 어찌 감당할 것인가. 선거 승리는 날아가고 생산 여력의 타격과 정책의 신뢰성 상실 등 국민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펀더멘털을 냉정하게 되돌아보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전성인(前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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