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까지 태어난 이들을 지칭하는 X세대는 ‘절약’이 모토인 기존 세대와 달리 ‘소비’를 적극적으로 한 최초의 세대로 분석됩니다.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면서 개성이 강한 이들은 ‘디지털 이주민’이라는 이름처럼 아날로그 시대에 성장해 디지털 시대에 적응한 세대이기도 하죠.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문화의 폭도 넓어 대중음악 시장의 다양성을 이끌었던 주역으로 꼽히는데, 이들이 향유했던 음악을 ‘가요톱10’의 9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Z세대에게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가요톱10’ 1995년 1월 3주 : 박진영 ‘날 떠나지 마’
◆가수 박진영은,
1994년 데뷔 앨범 ‘블루 시티’(Blue City) 타이틀곡 ‘날 떠나지 마’로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박진영은 이 앨범의 후속곡인 ‘너의 뒤에서’까지 인기를 얻으면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이후 ‘그녀는 예뻤다’ ‘허니’(Honey) ‘난 여자가 있는데’ ‘이 노래’ ‘청혼가’ ‘엘리베이터’ 등 연달아 히트곡을 내놓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6년여의 공백을 가지며 프로듀서로서 최고의 전성기는 누렸다. JYP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그는 박지윤의 ‘성인식’, 지오디의 ‘거짓말’, 별의 ‘12월 32일’, 비의 ‘안녕이란 말대신’ ‘잇츠 레이닝’(It's raining), 원더걸스의 ‘텔 미’(Tell Me) ‘소 핫’(So Hot) ‘노바디’(Nobody) 등 국민적 히트곡을 내놓으며 프로듀싱 능력을 입증했다.
이때부터 현재까지 JYP 수장으로써 발굴하고, 육성한 아티스트만 지오디(god), 박지윤, 비, 원더걸스, 2AM, 2PM, 미쓰에이, 15&, 갓세븐(GOT7), 데이식스(DAY6), 트와이스, 있지, 스트레이키즈, 엔믹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니쥬(NIZIU) 등 수두룩하다.
박진영은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이면서도 ‘딴따라’로서의 삶도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2007년 ‘니가 사는 그 집’을 시작으로 ‘대낮에 한 이별’ ‘너의 뒤에서’ ‘노 러브, 노 모어’(No love, No more) ‘너 뿐이야’ ‘놀만큼 놀아봤어’ ‘어머님이 누구니’ 등 2010년대에 낸 음악들도 대부분 좋은 성적을 거뒀다.
현재도 소속 아티스트들의 앨범 프로듀싱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물론, ‘더 딴따라’라는 전국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진행에 나서는 등의 방송 활동에도 열심이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새 앨범 ‘이지 러버’(Easy Lover)(아니라고 말해줘)를 발매한 것에 이어 데뷔 30주년을 기념한 단독 콘서트 ‘스틸 제이와이피’(Still JYP)를 진행하며 후배 가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날 떠나지 마’는,
1994년 발매된 박진영의 데뷔 앨범 ‘블루 시티’의 타이틀곡이다. 광고에 이 음악이 삽입되면서 먼저 입소문을 탔다. 당시 신인이었던 정우성이 광고 모델이었는데, 화면 하단에 ‘박진영-날 떠나지마’라는 자막이 떠서 정우성을 박진영으로 오해하는 시청자들이 생겼고, 이후 음악방송에서 실제 박진영이 무대에 오르자 실망(?)한 팬들의 탄식이 쏟아지기도 했다는 후일담이 나오기도 했다. 이 일화가 아니더라도, 박진영의 등장은 센세이션 그 자체였다. 그의 춤과 노래 자체만으로도 가요계엔 신선한 충격을 몰고 왔다. SBS TV가요 20에서 비닐바지를 입고 나와 노래를 부른 영상은 지금도 개그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강력하게 기억된다.
이 노래가 큰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건 단순히 ‘파격적’이라고 평가된 것이 퍼포먼스와 패션에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날 떠나지 마’는 강렬한 비트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이수만도 탐냈던’ 곡이다. 데뷔 전 박진영이 여러 기획사 오디션을 보던 당시 SM엔터테인먼트 수장이었던 이수만을 찾아 이 곡을 불렀는데 “혹시 곡만 팔 생각은 없느냐”고 제안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이 곡의 인기에 힘입어 앨범은 47만장이 팔렸고, 음악프로그램에서 4번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